"장부 훼손 아들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 방침"
수사혼선 초래한 경찰 행위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키로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살해된 송모(67)씨의 금전출납 장부를 추가로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송씨의 사무실을 수색해 기존의 장부와 다른 '매일기록부' 한 권을 확보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송씨 가족 입회하에 사무실을 샅샅이 뒤져 장부를 발견했고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은 뒤 압수했다"며 "장부 분석 결과에 따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130쪽에 달하는 이 장부에는 1991년부터 2006년 7월 이전까지 송씨의 금전 출납 기록이 하루도 빠짐없이 볼펜으로 적혀 있다.

기존에 검찰과 경찰이 확보한 장부는 2006년 7월부터 살해되기 직전인 지난 3월 1일까지 기록돼 있다.

이 장부 역시 기존 장부와 마찬가지로 별지가 따로 정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새로운 장부에도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시기가 오래됐기 때문에 증거 가치가 원래 장부보다는 덜할 수 있다"며 "송씨가 재산을 쌓은 시기도 2000년대 중반이기 때문에 새 장부보다 원래 장부에 로비 의혹과 관련한 더 많은 정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의 장부에는 송씨가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 근무하는 A 부부장검사를 비롯해 현직 국회의원과 전·현직 시·구의원, 경찰·소방·세무·법원 등의 공무원에게 돈을 건네거나 식사를 대접한 기록이 적혀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기존 장부에 현직 국회의원 한 명이 적시돼 있다"고 확인했다.

이 의원 이름 옆에는 200만∼300만원의 금액과 함께 식사대접 등의 용도가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새로 발견된 장부에서도 여러 번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장부를 역시 확보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장부에 전·현직 국회의원은 없다고 허위 공표한 바 있다.

검찰은 또 기존 장부에 적시된 검사와 공무원 등의 이름을 수정액으로 지운 송씨의 큰아들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유족이라 해도 수사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며 "공무원에 대한 뇌물수수 가능성이 있는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일 때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증거인멸에 추가 공모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큰아들의 휴대전화 기록을 확보하는 등 필요한 수사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큰아들은 지난 2일 경찰로부터 장부를 돌려받고 다음날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의 시간에 장부의 일부 내용을 수정액으로 지운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또 경찰이 제출한 사본과 비교한 결과 장부에 별지와 함께 포스트잇도 여러 장 붙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검찰이 유족으로부터 받은 원본에는 포스트잇이 없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큰아들이 장부 내용을 더 많이 훼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증거인멸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장부 사본을 추가로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장부를 복사했으며 검찰에는 3월에 복사한 분만 넘겨줬다.

검찰은 사라진 별지와 포스트잇이 유력 증거일 경우 유족이 보관 중일 수도 있다고 보고 조사하는 한편, 새로 발견된 장부에서도 훼손된 흔적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살인교사 사건에 대한 피의자가 특정된 이후인 지난달 19일 유족으로부터 기존 장부를 제출받고서도 압수하지 않고 되돌려 준데다 복사본을 만들고서도 이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아 수사에 혼선을 초래한 경찰에 대해서도 살인사건 수사가 끝나는 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키로 했다.

검찰은 살인 및 살인교사 사건과 로비 의혹 수사를 함께 진행하던 형사4부에서 로비 의혹 수사를 분리시켜 형사5부가 전담토록 했다.

한편 검찰은 각각 살인교사 및 살인 혐의를 받는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회 의원과 팽모(44·구속)씨의 진술을 추가로 받았으며, 휴대전화 내역 등 유력 증거로 쓰일만한 단서들을 더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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