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하면 1천만원 넘어"…검찰 "2차례 300만원" 제식구 감싸기
경찰 "장부 확보해 별건 수사하겠다"


'재력가 살인교사 사건'의 피해자인 송모(67)씨가 현직 검사에게 10여 차례 이상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송씨가 2005년부터 살해되기 직전인 지난 3월 초까지 작성한 금전출납 장부인 이른바 '매일기록부'에 적시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송씨는 현재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서 근무 중인 A 부부장검사에게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돈을 건넨 것으로 장부에 기재했다.

A 검사는 2003∼2005년 송씨의 사업체가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했다.

장부에는 해당 검사의 이름 및 직책과 함께 '200만원'이라고 나란히 적혀 있고, 이후에는 직책은 생략된 채 '이름과 액수' 등으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직책이 적혀 있든 아니든 A 검사로 보이는 이름이 10여차례 적혀 있다"며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동일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록 직책이 빠져 있더라도 A 검사로 보이는 인물에게 송씨가 10여차례 건넨 액수를 합하면 1천만원이 넘는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차례 씩 따지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합치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A 검사의 이름이 장부에 1∼2차례만 적시됐고 전체 금액도 (직책이 기재되지 않은 이름을) 동일인으로 보더라도 최대 300만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장부에 A 검사의 이름과 200만원의 금액이 나란히 한 차례 적혀 있다고 밝혔다가, 이날 직책은 빠진 채 이름만 한 차례 더 나온 사례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300만원이 기재돼 있었다고 정정한 바 있다.

장부상에 나와 있는 금액과 횟수만 보더라도 충분히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정황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검찰의 이번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장부 원본을 확보해 해당 사항을 확인해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회 의원과 송씨 사이의 자금 흐름만을 수사하던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인허가 로비 의혹 등 장부에 적시된 인사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살인사건을 이미 검찰에 송치한 상황이고 장부 일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검사와 경찰관 등의 이름이 나왔고 이를 보고받았기 때문에 인허가 등 로비 의혹과 관련해 별건으로 내사든 수사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장부에 거론된 전·현직 시·구의원과 검찰·경찰·세무·소방 공무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실제로 송씨로부터 금품을 건네 받았는지, 받았다면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장부에는 이들의 이름과 함께 수십만원 안팎의 상대적으로 소액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장부에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인사에 대해서는 액수나 용도, 직책 등을 감안해 구체적인 위법사항이나 대가성이 있어 수사해야 하는지, 아니면 해당 기관에서 사실 관계만 확인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본류인 살인교사 및 살인 사건과 관련된 로비 의혹이 우선수사 대상"이라고 강조하면서, 김 의원에 대한 구속만기일인 오는 22일 이후 필요하다면 별건의 로비 의혹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매일기록부에 이름이 오른 전·현직 시의원 B·C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상관없는 일", "모르는 사람"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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