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기도취·관음증·허영심·소속욕구…현대인에게 SNS는 본능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셀피(selfie)’를 선정했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셀카’와 동의어다. 교황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셀카를 찍는 시대다. 삼성이 영국에서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18~24세 여성의 사진 30%는 셀카에 해당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은 물론 시시콜콜한 일상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한상기의 소셜미디어 특강》은 “SNS에서 사람들이 표현하려는 기본 욕망은 자기도취이고 채우고자 하는 것은 관음증”이라고 설명한다. 2004년 하버드대에서 처음 페이스북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이 학교의 교지 ‘하버드 크림슨’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참여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인간에게 존재하는 원초적 본능을 토대로 한다. 누구나 소속 본능, 약간의 허영심, 어느 정도의 관음증을 갖고 있다.”

이 책은 SNS에 대한 일종의 ‘총론’이다. SNS의 역사와 현재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SNS를 쓰는 이유, 실제로 SNS를 통해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는지, SNS가 집단 지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와 같은 심도 있는 논의들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의 특성 및 변화를 이해하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의미와 영향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SNS의 내용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은 이용자가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구글플러스의 ‘+1’, 트위터의 ‘리트윗’ 등은 온라인 친구나 팔로어와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행동의 동기로는 △타인에게 가치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타인에게 정의하려고 △타인과의 관계 성장 △자기실현 △이슈 확산 등을 들 수 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립감을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태어나면서 저절로 얻는 가족·이웃과 같은 ‘귀속 유대관계’는 점차 약해지고 있지만 공감과 흥미가 비슷한 사람들이나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성취 유대관계’는 늘어났다는 것.

그런데도 SNS에서 외로움을 느낀다면 “지나치게 과장하고 화려한 척하는 온라인 친구를 조금 멀리하고 잘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타임라인을 재구성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또 하나. 외로워하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 가운데 ‘좋아요’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글이 60%를 넘는다.

향후 SNS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특히 주목하는 건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확산이다. 저자는 “IoT는 기본적으로 스마트 기기,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만들어 내는 큰 흐름이지만 스마트 기기가 대부분 사용자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기기가 개입하고, 기기와 기기, 기기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확산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