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강 신임 보도본부장 사의…길 사장-KBS이사회 비공개 회동

KBS 이사회의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표결을 사흘 앞둔 2일 단행된 KBS 간부 인사를 두고 길 사장측과 노조가 대립했다.

또 이세강 보도본부장이 임명 2주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KBS 사태를 둘러싼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

이날 오후 발표된 15명의 KBS 국장·부장급 인사에는 최근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간부 등이 다수 포함됐다.

보도본부 부장 6명은 부산방송총국 등 지역방송총국 평기자로, 편성본부 콘텐츠개발실장은 해당 부서 평직원으로, 제작기술센터 중계기술국 총감독은 관악산 송신소로 각각 발령났다.

제주방송총국장과 강릉방송국장 등 2명은 인재개발원으로, 제작기술센터 보도기술국장은 소래 송신소로 발령났다.

길 사장 사퇴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시청자본부 재원기획부장도 해당국 평직원으로 발령났다고 노조는 전했다.

공동파업 중인 양대 노조 KBS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보복인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양대 노조 소속 강릉국 직원들은 3일부터 신임 강릉국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양대 노조 지도부는 6·4 지방선거 개표방송에 부분 참여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비대위를 열어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파업이 계속되고 보복 인사가 나온 상황에서 개표방송에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세강 보도본부장이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장급인 디지털뉴스국장과 국제주간은 보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 본부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기자들 100여명이 보도국을 항의 방문, 2시간 동안 사실상 점거시위 성격의 회의를 열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말했다.

일부는 격앙된 분위기에서 박상현 신임 보도국장에게 이 본부장과의 동반 사퇴를 요구했고 이날 인사발령 대상인 일부 간부들은 노조 가입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길 사장측과 노조는 이날 오전 길 사장의 사내조회 발언을 두고서도 대립했다.

길 사장은 특별조회에서 KBS 외압설을 "허무맹랑한 소설"로 재차 부인하면서 노조원들에게 업무에 복귀하라고 압박했다.

길 사장은 "존재하지도 않고 사실도 아닌 소위 '청와대 보도개입'과 '청와대 인사개입'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우리 스스로 신뢰도와 영향력, 공정성의 공든탑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길 사장은 "의혹이 있다면 국회가 합의한 세월호 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명확히 밝히겠다"면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폭로한 각종 의혹의 진상조사와 관련해 기자협회나 노조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태가 악화하면 방만 경영을 해소한다는 명분에 따라 외부로부터의 공기업 개혁 논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1노조는 성명서에서 길 사장을 '부역·비리 사장'으로 칭하면서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보도 독립성과 공정성 확립을 위한 제도장치 마련을 촉구할 때는 외면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어떤 안도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새노조도 "월례조회는 첫째가 협박이요 둘째가 거짓변명"이라면서 "사장 자격도 명분도 모두 상실한 사람이 비겁하게 외부세력에 의한 구조조정을 언급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길 사장과 KBS 이사회 소속 이사 일부가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길영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