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토토 회원들의 정보 공유 사이트 운영하며 회원정보 22만건 유출
‘홀짝’ 사다리게임 등 신종 게임 개발해 환전사이트 운영하기도


국내 최대 스포츠 토토 정보 사이트 대표와 일부 직원이 700억원대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사이트는 스포츠 경기의 일정 및 기록 분석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 스포츠 토토 게임 참여자 약 100만명 정도가 회원으로 가입된 곳이다. 이 사이트 대표 일당은 이런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것은 물론 스스로 신종 게임을 개발해 거액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한국경제신문 4월 19일자 A18면 경찰팀리포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700억원대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스포츠토토 정보제공 사이트 N사 대표 이모씨(31)와 조직폭력배 황모씨(32)등 13명을 검거하고 이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최대의 토토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던 이씨는 가입된 회원의 개인정보 등을 유출해 이를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는 도박 사이트 홍보 수단에 사용했다. 또 이씨는 더 많은 회원을 가입시키기 위해 이 사이트에 ‘사다리게임’ 등을 개발해 포인트를 걸고 배팅을 유도했고, 이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 별도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다리게임은 5분 마다 ‘홀짝’으로 당첨이 결정되는 형태로, 경기 시간이 정해진 스포츠 경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 배팅한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N사가 개발한 신종 사다리 게임은 국내 대부분의 불법 스포츠 사이트와 연계돼 사용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3000여개의 불법 스포츠 사이트가 N사 사다리게임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일당은 정보 사이트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기업형으로 조직을 관리했다. N사는 운영팀과 프로그램 개발팀 등을 두고 직원들에게 근무 개월 수에 따라 300~1000만원 상당의 월급을 지급했다. 직원들은 명절과 휴가 보너스는 물론 4대 보험에도 가임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현재 N사 사이트 차단과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사다리 게임의 경우 환전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제재 조치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사이트 자체의 정보제공 행위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는 현재로써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N사 관계자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대표의 불법적 행위를 몰랐었다”며 “회원들에게 사과문을 게재하고 추후 사이트 본연의 기능인 스포츠 정보 제공 서비스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