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안전 인증'…요양병원에 '세월호 그림자'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이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이미 안전점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관리실태가 지나치게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 추세로 해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전국 수천개의 요양병원이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효사랑병원은 지난 9일 보건복지부, 21일 전라남도의 안전점검을 받고도 이번 참사를 막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복지부의 경우 현장방문 없이 서면으로 안전관리 점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안전관리 점검표를 병원에 내려보냈는데 점검결과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병원에 자체점검표만 제공하고 추후관리도 없이 점검을 완료한 셈이다. 전라남도 보건소는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하고도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사랑병원은 또 지난해 12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인증은 안전관리, 진료시스템 등 203개 항목을 조사받은 뒤 80% 이상 기준을 충족할 때 주어진다. 하지만 인증원 관계자는 “정부가 요양병원 인증을 의무화할 때 요양병원계의 항의가 워낙 심해 인증기준을 매우 낮게 잡았다”며 “이 정도 기준으로는 환자와 직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실제 인증원의 화재 관련 조사항목은 ‘화재 안전관리 활동 계획이 있다’ ‘금연에 대한 규정이 있다’ 등 대부분 계획과 규정 여부만 따지는 수준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인증원의 조사를 받은 요양병원 255곳 중 ‘불인증’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편 전국의 노인요양병원은 2001년 28곳에서 현재 1262곳으로 13년 만에 40배 넘게 급증했다. 현재 입원환자만 14만명에 육박한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인력 기준 등 설립 기준이 일반병원보다 느슨해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법상 일반병원은 환자 20명당 의사 1명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40명당 1명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불어나는 요양병원 수에 비해 안전관리는 미흡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2년도 요양병원 입원진료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전체 요양병원의 69.7%만이 응급장치인 호출벨을 모든 병상·욕실·화장실에 두고 있었다. 3.8%는 욕실 바닥의 턱을 제거하지 않거나 안전손잡이를 설치하지 않았고 산소공급장비를 갖추지 않은 곳도 있었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도 44%뿐이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