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고령 환자 대부분…80대 치매환자 방화혐의 체포
한 달 새 안전점검 2차례 '이상없다'…부실점검 의혹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나 입원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일부는 중상자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불은 6분 만에 초기 진화됐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이 유독가스를 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컸다.

경찰은 병원 CC-TV 확인 결과 화재 원인이 방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병원에 입원 중이던 80대 노인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 6분 만에 초기진화 했지만 사망자 다수 발생
28일 0시 27분께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이하 효사랑병원) 별관 건물 2층(4천656㎡. 1개층은 반지하)에서 불이 나 정윤수(88)씨 등 입원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김모(53·여)씨가 숨졌다.

별관 근무자인 간호조무사 김씨는 소화전으로 자체 진화에 나섰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환자 오병남(89)씨 등 8명은 중경상을 입어 광주 보훈병원 등에서 치료중이다.

이 가운데 6명은 중상이다.

사상자들은 광주와 장성 등 14개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불이 난 2층에는 간호조무사 1명과 50∼90대 환자 34명 등 총 35명이 있었다.

별관 전체에는 간호사 1명, 조무사 2명 등 3명이 근무 중이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첫 발화지점은 병원 별관 2층 남쪽 끝방(3006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신고 접수 뒤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다시 2분 만인 0시 33분에 큰불을 잡았다.

소방대원들은 0시 55분 잔불 정리를 완료했으나 21명이 숨지는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 거동 불편 환자가 대부분, 연기에 질식 '참사'
불이 난 별관에는 1층에 44명, 2층 34명 등 78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었다.

이 가운데 2층 입원자 20명이 숨졌다.

1층에 있던 환자들은 모두 구조됐다.

2층 환자 35명(1명은 외박으로 부재) 가운데 5명은 사실상 거동이 불가능한 '와상 환자'(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환자)였으며 25명은 치매 환자, 5명은 노인성 질환자로 대부분 자력 탈출이 어려웠다.

본관 근무자 등 병원 근무자 15명,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 경찰은 이들 환자를 업고 나와 본관 앞마당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며 필사적으로 구조를 시도했다.

환자 대부분은 50~90대의 고령이고 치매와 중풍 환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에따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대한 병원측의 긴급 구조조치와 비상시 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다용도실인 3006호에 쌓여있던 매트리스 등에서 나온 유독가스 탓에 큰 피해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는 매트리스, 침구류, 일부 의료기기가 보관됐다.

매트리스 등에 붙은 불로 생긴 연기는 같은 층 10개 방으로 급속히 퍼졌다.

특히 병실마다 블라인드만 쳐져 있어 복도를 통해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 화재 원인…방화 유력, 80대 치매노인 체포
경찰은 최초 발화지점을 별관 다용도실인 3006호로 확인했다.

경찰은 병원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해 이 병원 입원환자 김모(82)씨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체포,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불이 나기 1분 전인 이날 0시 26분에 다용도실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장면이 폐쇄회로 TV에 찍혔다.

3006호에서 4번째 떨어진 병실(3002호)에 있던 김씨는 담요로 보이는 물건을 손에 들고 0시 16분 42초에 3006호로 들어갔다가 0시 21분에 나왔다.

김씨가 나온 뒤 0시 23분 57초부터 연기가 발생하고 0시 24분 22초에는 간호조무사가 불이 난 곳으로 뛰어오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경찰은 김씨가 담요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온 직후 불이 났고 현장에서 라이터 잔해물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방화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화재 후 장성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씨의 신병을 확보해 방화 여부를 캐묻고 있지만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씨에게 방화 전과는 없으며 지난 1일 뇌경색으로 입원했고 치매 증상이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의 치매 상태가 심하지는 않다는 의사 판단에 따라 심적 안정을 취하게 한 뒤 방화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또 화재현장에서 정밀감식을 통해 방화 이외에 누전 등 전기적 요인은 없는지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철구 전남지방경찰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리고 정확한 화재원인과 병원 측의 과실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 이달에만 안전점검 2차례…'이상 없음' 판정
효사랑병원은 최근 병원 자체점검과 지자체의 안전관리 점검에서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관련 매뉴얼 현장 작동여부 확인점검을 지시, 병원측 자체 점검과 장성군의 현지 점검이 이뤄졌다.

병원측은 소방설비 구비 여부 등 자체 점검을 한 후 지난 9일 장성군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장성군도 지난 21일 담당 계장과 직원이 현지점검을 벌였으며 별다른 이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검사를 통과했고 한 달이 채 안 된 기간에 병원과 지자체가 2차례나 점검을 했으나 화재 참사를 막지 못한 셈이어서 점검이 부실했거나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효사랑병원에 환자 324명 입원 중
효사랑병원은 2007년 11월 27일 개원했다.

병실 53개, 병상 397개가 갖춰져 있으며 본관 3층, 별관 3층 건물로 이뤄졌다.

치매, 중풍, 재활, 노인성 질환 전문 요양원으로 주로 거동이 불편한 50∼90대 환자들이 요양 치료를 받는 곳이다.

진료 과목은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사상체질과, 침구과 등이다.

의사 6명, 한의사 3명, 간호사 21명, 조무사 60명, 기타 37명 등 모두 127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시간은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이며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휴진한다.

화재 발생 전 입원환자는 324명이다.

2013년 12월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인증평가원으로부터 요양병원 인증을 받았고 효문의료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이형석 행정원장은 "귀중한 생명이 희생된 점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성군과 유가족은 요양병원 화재 사망자들의 합동 분향소를 전남 장성군 실내체육관에 마련하기로 했다.

(장성연합뉴스) 형민우 손상원 장덕종 장아름 기자 minu21@yna.co.krsangwon700@yna.co.krcbebop@yna.co.krare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