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외국로펌 19곳 6월 뭉친다…법률개방 규제 '견제구'
중소형 로펌 희비…"시장 잠식" vs "더 큰 기회"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외국 로펌들은 연합모임인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협회’(가칭)를 다음달 출범시킨다.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세계 최대 로펌인 미국계 ‘DLA파이퍼’의 이원조 한국사무소 대표(미국변호사)다. 이 대표는 “다음달이면 협회가 공식 출범해 현안과 관련된 공동 입장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 로펌 19곳이 모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 로펌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법무부가 진행 중인 외국법자문사법 개정 작업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일정에 따라 영국 등 유럽연합(EU) 로펌은 2016년 7월부터, 미국 로펌은 2017년 3월부터 한국 로펌을 파트너로 국내에 합작 로펌(조인트 벤처)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외국 로펌이 한국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법률시장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에 맞춰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을 위해 최근 민간 전문가 위주로 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29일 첫 회의를 연다. 관련 연구 용역도 발주했으며 9월께 결과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완전 개방’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외국 로펌들은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인트 벤처에서 외국계가 가질 수 있는 지분율 한도를 49%보다 낮춰 외국 로펌에 운영 주도권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또 일정기간 이상 한국사무소를 운영한 외국 로펌만 합작 로펌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할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국 로펌의 한국사무소 대표는 “외국 로펌에 지나친 제약을 가하면 법률시장 완전 개방이라는 FTA 합의 내용에 어긋날 수도 있다”며 “지분율은 합작 로펌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놔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법률시장 소비자는 낮은 규제 선호
법률시장 개방 폭이 커지면 국내 대형 로펌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대형 A로펌의 대표변호사는 “국내 로펌이 한국법 소송 대리는 여전히 많이 하겠지만 인수합병(M&A) 등 자문 업무에서는 외국계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된 아웃바운드 시장에서는 무서운 경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개방 폭에 따라 국내 중소형 로펌은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외국 로펌은 작은 규모의 소송을 대리하는 중소형 로펌과는 경쟁관계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법률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대형 로펌이 중소형 로펌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거꾸로 일부 중소형 로펌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승재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외국계가 조인트 벤처 지분율을 높게 확보해 국내 로펌을 사실상 인수할 수 있게 되면 대형은 부담이 있을 테니 중소형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영익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법무법인 넥서스 대표변호사)는 “중소형 로펌 입장에서는 더 큰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시장 소비자인 일반 기업은 외국계 로펌의 제약 없는 진출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기업 법무팀의 한 변호사는 “외국 로펌이 국내에 많이 진출하면 활용할 수 있는 풀이 많아지고 비용도 싸지는 등 여러 이점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도 개선 작업을 할 때 가급적 규제를 덜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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