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 선로에서 기기 오작동 가능성도 거론
기관사 "갑자기 신호 바뀌어 제동거리 확보 못해"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열차 추돌사고는 비상제동하려던 후속 열차가 안전거리를 미처 확보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가던 2258 열차가 승객을 승·하차 시키기 위해 정차했다가 출발하려던 중에 뒤따르던 2260 열차가 들이받는 큰일 날 뻔한 사고였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열차 자동정지 장치(ATS)가 작동해 열차를 자동적으로 멈추는 시스템이 작동했어야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자동제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 기관사 "주행신호가 갑자기 정지신호로 바뀌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후속 열차의 기관사는 주행신호가 갑자기 정지신호로 바뀌자 비상제동을 시도했으나, 제동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앞선 열차를 추돌했다고 진술했다.

정지신호가 늦게 점등된 탓에 열차를 멈출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제동거리를 확보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추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기관사가 부주의로 정지신호를 늦게 본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상의 문제로 주행신호가 늦게 정지신호로 바뀐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열차 운행을 총괄하는 종합관제소의 상황보고가 지연됐거나 종합관제소의 관제 소홀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본사 내 종합관제소에서 각 열차의 운행 상황을 보고받고 이를 앞뒤 열차에 전달하고 운행을 관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서울메트로의 설명이다.

따라서 근무자가 관제 시스템을 응시하면서 앞선 열차가 정지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다가오는 뒷 열차에게 긴급하게 연락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텐데 그런 역할이 없었다는 점에서 관제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열차 자동정지 장치 제대로 작동했나
열차 간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자동으로 제어하는 장치에 이상이 생겨 비상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은 기관사가 수동으로 운전하지만 앞 기관차와의 거리가 200m 이내가 되면 ATS가 작동해 자동으로 제동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AT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사고현장 브리핑에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ATS에 의해 자동제어가 이뤄져 추돌을 막았어야 한다"며 "장치가 정상 작동했는지, 이상이 있었는지 등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또 "사고가 난 선로가 곡선이어서 ATS가 앞선 열차를 인지하지 못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분명한 것은 위급상황시 자동으로 열차를 정치시키는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자동제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ATS가 고장난 상태였는지, 아니면 곡선 선로로 인해 ATS가 무용지물이 됐던 것인지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TS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및 수리가 이뤄졌는지도 밝혀져야할 대목이다.

◇열차 자동정치 장치(ATS)는
ATS는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 앞길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 승무원이 부주의 또는 신체적 문제로 인해 신호 상태를 확인하지 못해 이를 무시하고 운전할 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열차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장치다.

열차가 적당한 위치에서 정지할 수 있도록 진입 때 동력차운전실 내에서 경보를 해주며, 그런데도 일정 시각 내 조치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동장치를 작동시켜 열차를 정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선로에 설치하는 '지상장치'와 열차에 설비하는 '차상장치'로 구성돼 있으며 두 장치가 정보를 상호교환해 열차를 제어한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8호선은 자동운전,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은 수동운전이지만 ATS는 운전 방식과 상관없이 모두 탑재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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