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에 캠퍼스도 비탄에 휩싸였다. 이번 참사에 희생자를 낸 대학 후배들이 분향소를 차리고 학교가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등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젊은이들의 넋을 달랬다. 대학 축제를 취소하는가 하면 사고 피해자를 위한 자원봉사와 모금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동국대 사범대에 차려진 안산 단원고 故 최혜정 교사의 분향소. / 동국대 제공
동국대 사범대에 차려진 안산 단원고 故 최혜정 교사의 분향소. / 동국대 제공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고(故) 최혜정·남윤철 교사의 모교인 동국대와 국민대 캠퍼스에 분향소가 마련돼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 교사는 동국대 역사교육과를, 남 교사는 국민대 영어영문학과를 각각 졸업하고 단원고에서 근무하다 변을 당했다.

최 교사의 후배인 동국대 역사교육과 한승엽 학생회장은 “사고 현장에서 학생들을 인솔하다 희생된 선배님을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차렸다.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였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승객 탈출을 돕다가 숨진 승무원 고 박지영 씨는 모교인 수원과학대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박 씨는 지난 2011년 수원과학대 산업경영학과에 입학해 2학년1학기까지 다니다가 가정형편 때문에 휴학한 뒤 청해진해운 승무원으로 일해 왔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최대 피해자가 된 단원고와 인접한 한양대 에리카(안산)캠퍼스는 다음달 열릴 예정인 축제를 취소키로 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20일 “국가적 재난이자 안산의 비극을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심으로 애도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다”며 “희생자 애도와 실종자 무사생환을 기원하며 5월12~14일로 예정된 봄 축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나현덕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 실종자들을 위한 모금 등을 추가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상천 에리카캠퍼스 부총장도 “구조된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비롯, 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이 각종 봉사와 지원에 발벗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한 진도 현지에 자연학습장을 소유한 전남대는 학습장 숙박시설을 구조대원 등에게 무료 개방했다. 학교 측은 자연학습장 일반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안전행정부 중앙대책본부와 교육부 대책팀 관계자, 119소방대원, 구조대원 등 120명에게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심리학과 교수와 재학생, 졸업생으로 50여 명의 봉사단을 꾸려 구조자 대상 심리치료 자원봉사도 벌이기로 했다. 실종자 구조상황에 발맞춰 적절한 시기를 택해 심리치료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병문 전남대 총장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조할 수 있도록 대학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오는 25일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희생자·실종자 가족 돕기 모금운동을 펼친다. 강동한 총학생회장은 “피해자 가족 분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드리고 싶어 모금을 계획했다”며 “모아진 돈은 중앙대 학생 일동 명의로 전달할 생각이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구 계명대 총학생회도 학생회 간부에게 주어지는 봉사장학금 일부를 내놓고, 학생회 차원 모금운동을 전개해 피해자들을 돕기로 했다. 또한 애도의 뜻을 담아 다음달 열릴 예정인 축제를 취소하고 봉사활동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 대학 권진용 총학생회장은 “계명대 학생들도 슬픔에 잠긴 희생자 가족과 함께 하겠다는 취지”라며 “축제성 행사는 자제하고 필요에 따라 현지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역시 다음달로 예정된 축제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대부분 시험기간인 대학가에선 고려대 건국대 숙명여대 등이 총학생회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벌이거나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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