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된 탑승객 >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16일 오전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승객들이 오후 진도군 팽목항에 내린 뒤 진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구조된 탑승객 >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16일 오전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승객들이 오후 진도군 팽목항에 내린 뒤 진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침몰사고가 발생한 16일 정부도 ‘대형 사고’를 쳤다. 사고 선박에 타고 있던 승객 중 실종자를 186명이나 적게 집계하고 탑승객도 18명이나 차이 나게 발표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2시 ‘침몰사고 브리핑’을 통해 오후 1시 현재 승객 477명 가운데 368명이 구조됐다고 발표했다. 승객 중 2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됨에 따라 실종자는 107명으로 집계됐다.

오후 2시30분께 중대본에서 구조자 집계에 착오가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중대본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관리하는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실제 구조자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166명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정확한 숫자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민간 어선들까지 동참해 구조작업을 벌이면서 구조자 숫자가 중복 합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오후 4시30분 브리핑을 하고 459명 탑승에 166명이 구조돼 293명이 실종 상태라고 공식 발표했다. 탑승자는 당초보다 18명 줄어들고, 실종자는 186명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17일 오전 1시 기준으로 탑승객은 475명, 실종자는 290명이라고 수정했다.

정부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승객들은 △민간 어선 등이 구조해 이동 중인 경우 △선체 침몰 후 계속 구조를 기다리는 경우 △침몰한 선체 내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 등으로 보고 있다.

재난 전문가들은 “선박이 침몰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구조자 숫자가 지나치게 많이 잡히면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덜해지고, 이는 강도 높은 초기대응을 약화시켜 인명구조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형사고 발생 때 컨트롤 타워가 없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여객선 침몰 이후 해양경찰청에 구조본부, 해양수산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 안전행정부에 중대본을 구성했으나 유기적인 업무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실종자 집계에도 실패했다.

이날 경기도교육청과 안산 단원고도 한때 ‘전원 구조’라고 학부모들에게 알렸다가 이를 취소해 비난을 샀다. 도교육청은 오전 11시9분께 언론에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고 통보하고 11시25분께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해경 공식 발표’라고 2차 공지했다. 단원고 측도 10시5분께 일부 학부모에게 120여명이 구조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낮 12시께 구조자 중 사망자가 있다고 밝혔고, 중대본도 안산고 재학생 사망 사실을 발표하자 공지를 전면 취소했다.

박기호 선임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