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카카오톡 같은 오픈소스 기반 빅데이터 산업이 유망"
“빅데이터 산업은 가치 있는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분명 매력적인 투자대상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캐피털사 스톰벤처스를 이끌고 있는 남태희 대표(52·사진)는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빅데이터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스톰벤처스는 운용 금액이 5억달러(약 5200억원)에 달하며 주로 정보기술업체에 투자해왔다.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서울대를 찾은 그는 “빅데이터란 예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로그·소셜텍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 빅데이터를 싼값에 처리할 수 있는 주요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4년 구글의 ‘맵리듀스’ 적용을 시작으로 2005년 야후의 ‘하둡’, 2009년 페이스북의 ‘하이브’ 등 빅데이터 처리기술이 저렴하게 제공되면서 오픈소스 기반의 생태계가 열렸다는 설명이다.

남 대표는 “오픈소스가 매우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과 카카오톡을 예로 들며 오픈소스 모델의 선순환을 설명했다. 오픈소스 모델은 먼저 우수한 기술로 무상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유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어 데이터 수집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고 이는 수집된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부가수익과 추가투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누구나 공짜로 사용하지만 사용자들의 이용행태를 분석해 광고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 빅데이터 벤처의 경우 투자수익률(ROI)이 상당하다고 남 대표는 말했다. 스톰벤처스는 지난해 기업공개로 시가총액이 13억달러(약 1조3400억원)에 달한 빅데이터 마케팅 업체 마케토사를 비롯해 여러 빅데이터 관련 업체에 투자해 수익을 거둬왔다.

스톰벤처스가 한국의 게임업체 컴투스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남 대표는 “컴투스는 수집한 데이터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을 내린다”며 “한국에서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은 게임업계”라고 말했다. 2005년 컴투스에 400만달러(약 41억원)를 투자한 스톰벤처스는 2007년 컴투스의 코스닥 상장 후에도 투자를 지속하다 지난해 지분 절반을 매각하며 약 1100%의 수익률을 올린 바 있다.

원래 남 대표는 하버드대(응용수학)를 거쳐 시카고대 로스쿨을 나온 기업 인수합병(M&A) 전문변호사다. 그러다 2000년 스톰벤처스를 설립해 지금은 전 세계에 걸쳐 1000여개 스타트업·벤처와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어는 서툴지만 영어식 이름 없이 ‘Tae Hea Nahm’을 쓰는 그에게선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특별한 애정도 엿보였다. 그는 “한국 벤처들이 세계시장에서 꼭 성공해야 한다”며 “그걸 돕는 것이 내겐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