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은 수능 고려해 학년 단위로 자율 편성
사교육 '풍선효과'·고3 수업 파행 우려도


수학 교과의 '기하와 벡터'를 2학기에 편성하고서 해당 과목을 1학기에 가르치는 식으로 교육과정 편성과 실제 운영이 다르면 선행교육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은 교육과정을 학년 단위로 편성할 수 있고 학기당 편성과목 수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전 수험 과목 수업을 끝마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9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규제에 관한 특별법'의 실행 매뉴얼에 담길 대략적인 내용을 발표하고 시행령안에 포함되지 않은 행정해석과 구체적 사례별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우선 선행학습과 예습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일선 학교가 4월에 공시하는 교육과정 교과별(학년별) 진도계획을 선행교육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어떤 고등학교에서 공시된 1∼3학년의 연간 교육과정 편성계획과 다르게 2학기 과정을 1학기에 또는 2학년 과정을 1학년에 앞당겨 가르치거나, 수업은 편성계획대로 진행하지만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고사에서 앞선 과정의 내용을 출제하면 선행교육을 한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단 다른 과목과 연계해 수업하거나 융합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단위 학기 내에서 과목의 내용과 순서, 방법 등을 조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과목의 구성상 학기 중간이나 말에 나올 내용을 융합 수업 등을 위해 학기 초에 가르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매 학기 두 차례에 걸쳐 일선 학교가 교육과정을 편성계획대로 운영했는지, 시험에서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내용을 출제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수능이 고교 3학년 2학기 중간에 실시돼 일선 학교에서 선행교육이 불가피하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교육부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유연성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학기 단위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학기당 8과목 이내로 편성하게 돼 있는 교육과정 총론상의 지침을 학년 단위로 편성하고 학기당 이수 과목 수를 학교 자율로 정하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능 시험과목인 '확률과 통계'를 3학년 1학기에, '기하와 벡터'를 3학년 2학기에 편성할 경우 '기하와 벡터'의 진도를 수능 전 끝내면 법 위반이 된다.

하지만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등 수능 시험과목을 두 학기에 걸쳐 연간 단위 편성하면 해당 두 과목을 1학기 또는 2학기 초에 마무리하고 수능 전까지는 문제 풀이 연습을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아울러 학기 내 이수단위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학기에 A교과와 B교과를 편성했다면 통상 한 학기 4개월 내내 두 교과를 가르친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의 경우 이수단위 운영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수능 시험 과목인 A교과의 수업을 학기 전반 2개월에 몰아서 진행하고, 시험과목이 아닌 B교과는 학기 후반 2개월간 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생의 경우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이 발효되는 오는 9월 12일 이전에 교육과정 편성이 완료돼 소급적용을 할 수 없으므로 이미 편성된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을 준비하면 된다고 교육부 측은 설명했다.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모의평가는 학생의 실력을 진단하거나 수능 문항의 난도를 점검하는 목적으로 실시되므로 법으로 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시험 시행 시기에 따라 출제 범위를 조정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수능을 앞둔 고 3의 수업에 대해서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수능의 출제범위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고교 3학년 때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고등학교 2∼3학년 4학기 동안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등 4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고 3때에는 수능 EBS 교재 8권을 풀어야 하는 학습 부담이 줄어들지 않은 이상 수능을 앞둔 고 3의 수업이 파행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안 부소장은 일반고에 비해 교육과정의 운영이 유연한 자사고가 국, 수, 영 교과를 고 1∼2학년 때 집중 배치해 '합법적'으로 선행교육을 할 수 있어 일반고와 자사고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교육에서 선행교육 금지는 사교육에서 선행학습 수요를 늘려주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특목고, 자사고에서 야간자율학습, 선행·심화학습 등을 실시해 학생들이 사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선행학습을 금지하게 되면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에 나오게 될 것"이라며 "사교육업체가 유명 특목고·자사고 학생이 이만큼 있다고 광고를 낼 수 있고 이런 소문이 확대되면 오히려 사교육이 필수코스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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