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천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64) 등 전직 임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결과 그룹은 5년 동안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강 전 회장을 비롯해 전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변모씨(60), 전 경영기획실장 이모씨(50)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전 STX조선해양 CFO 김모씨(58)에 대해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함께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STX중공업에 STX건설의 기업어음(CP) 300억원어치를 사들이게 하고, STX건설과 STX대련에 각각 700억원과 1400억원의 지급 보증을 서게 하는 등 계열사에 31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회사 공금 540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변씨와 이씨는 STX중공업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과정에 공모한 혐의다. STX조선해양 전 CFO 김씨는 제조 원가를 축소 계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2조3000억원대의 분식 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사안이 중하고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자금 투입 규모가 10조원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일단 분식회계 혐의는 김씨에게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횡령 자금이 정·관계로 흘러 들어갔는지 등 남은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또 한 차례 소환 조사를 했던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65)에 대해서도 추가 소환 조사를 벌여 범행 공모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4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강 전 회장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강 전 회장은 조사 당시 “해외출장이 많기 때문에 전혀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다”며 로비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