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통제로 직장인 출근전쟁…금요일까지 혼잡 계속될 듯
구경꾼들 '캡틴 아메리카' 대역 등장하자 환호성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단지에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2차 촬영이 이뤄졌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시민의 협조 속에 큰 사고없이 12시간만인 오후 6시께 마무리됐다.

이곳에서의 촬영은 오는 4일까지 계속된다.

첫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은 사실상 국내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촬영에 저마다 들뜬 모습으로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회사 건물이 밀집한 장소에서 평일 오전부터 한나절 촬영이 계속되면서 이 일대 주민과 직장인들은 극심한 불편을 호소했다.

◇학생·직장인 '우왕좌왕'…곳곳서 마찰도 = 경찰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교통경찰관·모범운전자 150여명을 투입, 월드컵 북로(월드컵파크 7단지∼상암초등학교 사거리) 양방향 도로와 골목골목에 있는 진입로를 전면 통제했다.

주변 차량 흐름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출근시간대 우회로와 버스 임시 노선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직장인들은 평소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가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거나 지각하지 않으려고 윗옷까지 벗어들고 '질주'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회사 건물을 코앞에 두고 "늦었으니 지나가게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경찰·통제 요원과 시민 간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데려다 주러 나왔다는 주민 이모(45)씨는 "일부러 일찍 나왔는데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길을 막으니 너무 불편하다"며 "영화 촬영도 중요하지만 바쁜 아침 시간대에 꼭 이래야 하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철통보안' 속 촬영…시민들 "올라가서 보자" = '3, 2, 1, 액션!'
오전 10시 30분께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주변 학교 건물 옥상과 고층 건물 사무실 창가에서 현장을 지켜봤다.

낮 12시께부터는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쏟아져 나오면서 촬영장 주변에 순식간에 구경 인파가 몰려 혼잡이 빚어졌다.

영화 속 '캡틴 아메리카' 역할인 크리스 에번스의 대역 배우가 분장을 하고 등장,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자 인근 중학교 학생 수십명은 '아이 러브 캡틴 아메리카'를 연신 외치기도 했다.

마포대교 때와 마찬가지로 어벤져스2 촬영 관계자들은 내용 유출과 관련해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시민 20여명이 월드컵 북로 중간 지점에 있는 한 고층 건물 구름다리 위에서 촬영 현장을 지켜보자 한 스태프는 "지금 카메라에 여러분이 잡히고 있다.

잠깐만 안 쪽으로 들어가 달라"고 소리쳤다.

상암DMC 단지 내 위치한 커피숍에 우유 배달차 온 임모(67)씨는 "아침마다 배달을 오는 데 가는 곳마다 촬영 관계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어디로 가느냐'고 경계하듯 물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전 5시 30분께부터 현장에서 대기한 영화 보조출연자 김모(29)씨도 "한국인 스태프들에게는 어떤 장면을 촬영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작사 측에서 내용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누리꾼들 "명당은 바로 이곳" 앞다퉈 글 게시 = 이날 촬영 장소는 주변에 고층 건물과 아파트 등이 있어 인터넷 상에서는 '촬영 현장 잘 보이는 곳'이라는 제목의 글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아쉽게도 이 일대에는 서울시설관리공단 폐쇄회로(CC)TV가 없다.

하지만 대로변 A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있다'며 자신이 있는 건물 이름과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의 한 이용자도 '지금 B건물 7층에 있는데 도로 위에 촬영용으로 보이는 승용차 수십 대가 세워져 있다'고 실시간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촬영으로 불편하다는 의견도 여전했다.

인근의 한 중학교 재학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금요일까지 촬영을 계속한다는데, 첫날부터 면학 분위기가 완전히 엉망이다'라고 하소연했다.

네이버 아이디 'kms****'는 '외화에 담길 영상 몇 장면 때문에 수많은 시민이 이렇게까지 불편을 감소해야 하는가.

당국에서 주장하는 경제 효과도 어떤 수치를 근거로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