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천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4만여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동양그룹이 통매각 수준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경영 진단에도 1년 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위현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현 회장 등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2011년 8월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가 본부에 전달됐지만 "특별한 구조조정 조치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해당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동양시멘트의 채무 이자가 매출액을 상회하고 단기 순손실이 계속되는 등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져 있었다.

차입금은 매월 5%씩 증가하는 추세였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그룹의 구조적·만성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매각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영 진단 후에도 동양그룹은 자산매각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동양시멘트와 ㈜동양의 주식 일부를 매각, 21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함으로써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천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계열사에 6천652억원 상당을 부당 지원하고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와 횡령·배임수재 등 개인비리 혐의도 있다.

현 회장과 범죄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정진석(56) 전 동양증권 사장, 김철(38)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 이상화(48) 전 동양인터내셔널 사장 등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공판은 내달 3일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