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7일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과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도입을 주요 '규제개혁' 대상으로 선정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이미 이 정책을 별다른 사회적 논의 과정 없이 강행하려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이라는 큰 '홍역'까지 한 차례 치른만큼, 어느 정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1차 규제개혁 점검회의 현장건의 후속조치 계획'을 보면 41건의 '수용과제'에 ▲ 의료법인 해외진출 지원(자법인 설립 허용) ▲ 원격의료 허용 ▲ 의료기기 제조업 업체별 허가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20일 7시간 동안 진행된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성민 보바스 병원장은 "의료법인 해외진출시 비영리법인으로 활동하면 많은 제약이 있는 만큼 영리자법인 허용을 통해 애로를 해소해달라"고 대통령과 정부에 요청했다.

후속조치 계획에서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이 가능하도록 설립 요건과 절차 등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를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병원을 경영하는 의료법인들도 여행·온천·화장품·건강식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투자를 받아 자회사를 세우고 이익을 꾀할 수 있도록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단체, 민주당 등은 "주식·채권 발행을 통한 자법인의 자본 조달과 의료 관련기업과의 합작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주식회사 병원의 직전 단계까지 규제를 풀겠다는 것으로, 의료 민영·영리화의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후속조치 계획에서 "자법인 설립의 부작용 가능성을 막기위해 의료법 취지, 세법상 성실공익법인 요건 등을 참작하고 자법인 남용방지 장치를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원격의료 도입을 촉구하는 원격의료 시스템 관련 업체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정부는 "6개월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국회 입법 과정에서 결과를 반영, 원격의료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최근 진통 끝에 의협과 협의한대로 시범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방침을 덧붙이긴 했지만, '원격의료 관련 규제는 결국 없애야할 대상'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이밖에 정부는 20일 현장에서 건의된 의견을 수렴,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를 현행 '공장별'이 아닌 '제조업체별'로 받고, 위험이 크지 않은 임상시험은 정부 승인 없이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승인만으로 가능하도록 개정한 의료기기법안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보험사도 외국인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의 요청도 받아들여졌다.

보건복지부는 5월께 국내 또는 외국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외국인 환자에 대한 보험회사의 유치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보건당국은 일반 화물차를 개조해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 허용도 위생·안전 측면에서 뒷받침할 계획이다.

우선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7월부터 고쳐 자동차등록증을 통해 화물차의 적법한 구조변경만 확인되면 공원 등 유원시설업소내 식품접객업 영업을 허용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푸드트럭이 위생과 안전,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보완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