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제조업 연구 동아리 ‘제조업연구회’ 소속 학생들이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서울대 제조업 연구 동아리 ‘제조업연구회’ 소속 학생들이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서울대 학생 동아리인 ‘제조업연구회(AMIS)’가 굴지의 국내외 제조기업 생산현장을 탐방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 학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조업연구회는 지난해 6월 경영학·경제학과 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동아리다. 회장인 김동건 씨(경영학과 09학번)는 “제조업이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투자와 연구개발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데도 학생들의 진지한 관심은 부족했다”며 연구모임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하버드대 등 세계적인 대학에선 삼성전자 같은 초일류 기업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는 학생들의 모임이 활발하지만 국내 대학에서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생 동아리는 없었다. 서울대는 1990년대 후반 생겨난 경영전략학회(MCSA)와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가 대표적인 경영동아리로 꼽힌다. 주된 관심사도 전략컨설팅과 금융투자다.

제조업연구회 학생들은 지난 1, 2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공장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다녀왔다.

김종훈 씨(경제학부 대학원 12학번)는 “현대중공업에서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LNG-FSRU) 명명식에 참석한 장면을 지켜봤다”며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찾아올 만큼 한국의 조선 기술이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고정건 씨(경영학과 10학번)는 “도요타의 나고야 공장에서 교과서 이론으로만 접했던 TPS(Toyota Production System·도요타 생산방식)를 눈으로 보니 한결 이해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동아리 학생들은 앞서 지난여름 동부그룹에서 단체로 1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김동건 씨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같은 제조업체에 취업하길 원하면서도 정작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며 “그동안 대학가에 이런 동아리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관심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제조기업에도 뻗치고 있다. 김종훈 씨는 “한국경제신문이 2월의 으뜸 중소기업으로 선정한 한일종합기계에 꼭 가보고 싶다”며 “유연탄 고착 현상을 해결해 연간 100억원을 절감시킨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을 공부하는 모임이 결성되자 교수들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경영학과의 박오수·박희준·박상욱 교수가 공동으로 지도교수를 맡았다.

박오수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제조업을 너무 경시한다”며 “제조업연구회를 선택한 학생들이 기특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직접 기업재단 등과 접촉해 학생들의 활동을 위한 지원을 얻어내기도 했다.

제조업연구회는 오는 10월 ‘서울대 제조업포럼’이라는 학술행사도 처음으로 열 계획이다. 경영대·농업생명대·공과대 등을 중심으로 동부문화재단과 함께 제조업 사례 연구 공모전도 열기로 했다.

김동건 씨는 “올해 2기 신입회원으로 경영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기계·재료·산업공학과 공학도들도 들어왔다”며 “앞으로 생산현장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미래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