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등 증권 분야에 한정됐던 집단소송 대상을 가격·입찰 담합 행위 및 금융 상품의 불법 판매 등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재계는 악의적인 줄소송으로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이달 초 법무부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개정위가 마련한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의 명칭은 ‘금융투자상품 및 공정거래 집단소송법’으로 바뀐다. 여기에는 가격이나 입찰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인해 기업이 처벌받을 경우 피해자가 집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금융 관련 집단소송 대상도 금융 투자상품에 대한 불법·불완전 판매 등 불건전 영업 행위 전반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들에 한해 명확한 비위 사실이 적발될 때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새 안이 확정되면 동양 사태처럼 기업어음(CP) 불법 판매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별도로 주식 등 유가증권을 장외에서 공개 매수할 때 참고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 관련 문서에 허위 기재돼 있거나 빠져 있을 경우에도 소송할 수 있도록 개정안은 명시했다.

개정위는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현행법은 50인 이상의 인원이 있어야 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 비율이 총 발행 주식의 1만분의 1 이상이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새 안은 소송인단을 20~30명으로 낮추고 주식 비율 조항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적지 않은 데다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어 실현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보호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악의적인 줄소송 가능성이 높아져 입법이 되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집단소송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2005년 소수 주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증권 분야에 한해 도입돼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