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도부에 의해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까지 투쟁의 볼모로 이용되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로 활동하다 울산공장 정규 생산직원으로 채용된 김모씨(36). 그는 17일 “지도부가 10여년 넘게 파업과 생산시설 점거 등의 강성 투쟁을 고집한 결과 지금 조합원들은 심각한 생활고에 처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아산·전주 등 3개 지회로 구성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연초부터 특별협의를 재개하자는 현대차 요구에도 불구하고 3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자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일에 이어 13일 특별협의 재개 여부를 놓고 금속노조와 3개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아산·전주공장 노조는 먼저 특별협의부터 재개하자는 입장인 반면 울산공장 노조는 현대차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철회와 해고자 복직 등의 이행을 요구하며 특별협의 재개를 거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아산·전주 노조가 울산을 제외한 채 특별협의를 강행하겠다는 강성 발언을 할 정도로 조직 내부의 갈등도 격해지고 있다. 노조는 20일께 최종 협의에 나서기로 했지만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일반 조합원들은 지난해 9월 이후 중단됐던 특별협의가 노조 내분으로 다시 불투명해지자 지도부에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지회를 걱정하는 조합원들의 모임’은 최근 울산공장에 대자보를 내걸고 “2005년부터 시작된 정규직화 투쟁은 항상 지도부의 독단 때문에 파행으로 치달았다”며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그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훈 정규직 노조위원장도 “임금협상 전에 특별협의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부의 요구에도 울산공장 노조가 손배소 철회를 특별협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달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정규직 노조와 노조원 684명(중복 소송자 포함)을 상대로 223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울산 노조가 신규 채용까지 가로막겠다는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담보로 투쟁을 계속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2016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35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하고 지난해까지 1858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에 맞서 비정규직 노조는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회사 측과 끝없는 갈등을 빚어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