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오는 24일 전면 휴진(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대형 병원 전공의들이 잇따라 파업에 참가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전공의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딴 뒤 인턴을 마치고 내과·외과 등 전문과목 수련을 3~4년 받은 젊은 의사다.

○파업 주력군 되겠다는 전공의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2차 휴진 참여 찬반투표에 전공의 1021명 중 944명(92.5%)이 참가, 찬성 845표(89.5%), 반대 33표(3.5%)로 파업 동참을 결정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대한의사협회의 대정부 요구사항인 원격진료 입법 반대, 의료영리화정책 반대, 건강보험제도 개혁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요구를 지지한다”며 “의사의 전문가적 양심에 따른 진료를 보장받고 의료정책 결정에 전문가 의견이 존중받는 의료환경 변화의 초석이 세워질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도 이날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대상 인원 3분의 2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률이 과반을 넘겨 2차 휴진에 동참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모두 2차 휴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이번 주말까지 파업 동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미래가 파업참여 이유

전공의들은 전국 80여 교육병원에서 1만7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사 파업의 전면에 나선 것은 열악한 근무환경,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장성인 전공의협회의 회장은 “주당 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전공의가 전체의 43%에 달한다”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데도 하루 당직비는 1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열악한 의료수가로 인해 개원을 해도 미래가 불안한데,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줄폐업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파업 동참 배경을 설명했다. 문을 닫는 동네 병원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생각하게 된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방상혁 의사협회 투쟁위 간사도 “전공의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젊은 의사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지난 10일 휴진 의원에 대한 영업정지·과태료 등의 처분에 나서게 되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밑대화 나선 의·정

수술 보조와 야간 당직 등을 맡고 있는 전공의들이 집단휴진에 들어가면 진료 현장에서는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2차 휴진부터는 응급실·중환자실 등의 필수진료 인력도 진료 거부에 나선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3월20일까지 대화를 통해 의사협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논의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강경 대응에서 한발 물러나 협상 카드를 제시했다. 이에 의협은 성명서를 내고 “전면 총파업이 강행되는 것에 대해 의사들도 큰 윤리적 부담을 느낀다”며 “일단 정부와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김주완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