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언론재단 공동주최 담회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2일 "교황 프란치스코가 사실 아시아에 대해 잘 모르는데 직접 와서 보고 한국 가톨릭 사회의 역동적인 모습이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모범이 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언론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초청 담화회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오는 8월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을 방한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나라에는 선교사가 와서 복음을 전한 게 아니라 학자들이 연구하다가 복음을 가서 받아온 역동적인 모습이 있고 사제들이 없는데도 50여 년간 박해를 받으며 살았다"고 한국 천주교의 역사적 배경을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 와서 남북 화해의 싹이 돋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번 방한에서 아시아청년대회 참석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 집전 외에도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미사 집전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 추기경은 "북한이 망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적·정치적인 것은 다른 문제이고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하는 염원을 하고 있으며 교황도 그런 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이날 담화회에서 빈부 격차와 가정의 해체, 자살률의 증가, 취업난 등 한국 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많은 사회적 갈등과 미움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려는 형제애의 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형제애를 증진하고 빈곤을 물리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제애는 자유와 정의 사이에, 개인적 책임과 연대 사이에, 개인의 선익과 공동선 사이에 균형을 잡아 주기 때문에 사회적 평화를 낳는다"며 "정치 공동체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이 모든 것을 증진하고자 활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공권력이 그들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들 자신을 대표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를 둘러싼 논란과 사제의 정치 참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이전에 입장을 정리해 홍보국장 신부가 발표한 적이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대신 "사제단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리라고 믿는다"며 "역사가 바뀜에 따라 해야 되는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염 추기경은 또 "아무리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귀를 열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의를 갖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