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박원순 '용산개발 재추진' 정면충돌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 개발, 경전철 등 서울시의 주요 정책 현안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정 의원의 서울시정 비판에 박 시장이 반박하는 모양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백지화된 용산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재추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단독주택, 코레일 부지, 아파트가 서로 상황이 달라 시간이 걸려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용산 개발을 단계적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 의원은 “마을공동체 사업 등은 구청이나 동장이 하면 충분한 일”이라고 박 시장을 공격했다. 이에 박 시장은 “자치구는 예산이 워낙 열악해 시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현장을 돌며 10년 이상 해결되지 못한 현안을 발견하고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시민 피부에 와닿는 게 많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대형 개발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의견이 팽팽하다. 정 의원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서울시내 대규모 부지가 많이 있어 외국 투자자들이 하겠다고 신청한 게 30군데 있다. 대부분 (허가)해주는 방향으로 하면 특혜 시비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이후 7년째 지지부진한 서울 종로 송현동 대한항공 호텔 건립에 박 시장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개인의 취향이 문제가 아니고 한 시대와 다음 세대, 아이들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며 “이제 건물 하나 만들어지면 100년을 가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면서 도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발표한 경전철 10개 노선 사업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박 시장이 취임 직후 경전철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으면서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3개 늘려 10개를 하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박 시장은 경전철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경전철은 교통 복지와 도시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감정 싸움도 깊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말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정 의원이 자신을 겨냥해 “말로만 서민 정치인은 안 된다”고 한 데 대해 “이런 말씀은 시민들에게 모독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정 의원이 연봉 1만원의 서울시장이 될 생각도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난 그렇게 받으면 부도 난다. 어떻게 (정 의원과) 동급으로…”라고 웃어 넘겼다. 다만 박 시장은 6·4 지방선거 비용과 관련해 “2011년 보궐선거 때도 ‘원순펀드’를 해서 한푼도 안 썼다. (펀드 비용은) 다 갚았고 이자까지 줬다”며 “이번엔 민주당에서 지원도 해주는데 그걸 다 안 써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