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학병·독립군부터 美 정보국까지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에서 유학했던 영문학도가 1943년 10월 학병으로 강제징집을 당했다. 중국 허난성 화이양으로 끌려간 그는 일본 군대를 탈출해 광복군에 합류한 뒤 임시정부가 있던 충칭까지 6000리(2400㎞)를 73일 동안 찾아간 대장정을 기록했다. 이후 그는 미국 전략정보국(OSS) 훈련을 마치고 정진대에 편성돼 국내 침투를 코앞에 두고 해방을 맞았다.

《어느 독립운동가의 조국》은 해방 후 미국에서 유전학자로 평생을 보낸 독립운동가 윤재현 선생(1920~1994)이 쓴 3권의 책을 합본한 책이다. 중국 상하이에 수립돼 해방까지 면면히 이어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소개한 ‘우리 임시정부’, 학병 탈출에 관한 최초의 기록으로 1948년 발간한 ‘사선을 헤매며’, 1930년대 중반 회령의 겨울풍경을 배경으로 역사가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묘사한 소설 ‘동토의 청춘’이다.

영문학도 출신이 쓴 책답게 ‘사선을 헤매며’에는 뒤로는 일본군에 쫓기고, 앞으로는 비적단의 위협에 시달리며 탈출에 성공하기까지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동토의 청춘’에서도 주인공들의 삶, 전 세계를 넘나드는 입체적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다. 선생의 조카인 김현주 광운대 교수가 세 책을 엮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