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랜드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특징은 ‘현장형 인재’였다. 이들이 이랜드그룹의 주요 사업을 뜻하는 ‘의(衣), 식(食), 주(住), 휴(休), 미(美), 락(樂)’이란 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진용, 배봄이, 서덕원, 주성은, 황토왕 씨.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지난해 이랜드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특징은 ‘현장형 인재’였다. 이들이 이랜드그룹의 주요 사업을 뜻하는 ‘의(衣), 식(食), 주(住), 휴(休), 미(美), 락(樂)’이란 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진용, 배봄이, 서덕원, 주성은, 황토왕 씨.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이랜드는 작년 하반기부터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채용하던 방식을 바꿔 5개(그룹본부, 패션, 유통, 미래, 시스템스) 사업부별로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방식의 변화에 대해 안은정 이랜드그룹 채용팀장은 “이랜드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면서 각 사업부가 원하는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라며 “1차 실무면접과 1박2일 합숙면접에 각 사업부 경영자와 부서장들이 직접 참여한다”고 말했다.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이랜드맨은 실전형 인재…"스펙보다 현장 경험 강추"
오는 17일까지 신입사원 원서 접수를 받는 이랜드는 올해 상반기 공채를 통해 400명의 인턴과 신입사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인턴은 전략기획·디자이너 분야, 신입은 5개 사업부다. 이번 채용에서 전역장교도 함께 뽑는다. 경력사원까지 포함하면 올 상반기에 모두 15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지난해 입사한 5개 사업부의 신입사원 5명을 최근 서울 창전동의 이랜드 본사에서 만났다. 이번 잡인터뷰에는 이랜드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 6명이 동행했다.

토익 올리기보다 ‘매장 1개월 알바’

서덕원 패션 브랜드매니저(26)는 대학시절 스포츠브랜드 활동 경험을 먼저 꺼냈다. “저는 패션 중에서도 스포츠패션에 필이 꽂혔어요. 코오롱FnC의 ‘헤드’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었고, 이랜드의 ‘엘레세’와 ‘퓨마’에서 마케터를 하기도 했습니다. 면접관께서 이런 열정을 좋게 봐 주셨어요.” 고려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서 매니저는 “185㎝ 키의 에너자이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직무특성상 지방 출장이 잦기 때문에 기본체력이 좋아야 해낼 수 있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랜드 입사를 원하는 취준생이라면 대학시절 한 줄의 스펙보다는 매장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익 5점 올리기보다는 매장관리 아르바이트 1개월이 입사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이랜드는 현장 목소리를 굉장히 중시하는 기업이에요.”

그는 후배들을 위해 이력서의 ‘지인추천 전화(reference call)’ 항목을 성의있게 작성할 것을 조언했다. “본인을 가장 잘 알고 장점을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통매장 직원의 역량은 ‘경청’

진용 유통 플로어매니저(연세대 법학·29)는 자신을 ‘쇼핑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진 매니저는 면접을 앞두고 매장 20곳을 다니며 느낀 점을 정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면접에서 ‘이랜드의 어떤 지점을 가 보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었죠. 전 인천에 살고 있었기에 인천 NC큐브 커넬워크점의 개점 전 방문기를 얘기했어요. 지하철역에서 이동거리가 꽤 멀어 오는 길에 커넬워크를 상징할 테마형 조각을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드렸죠.” 그는 이랜드는 책상형 인재보다 현장형 인재를 면접에서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플로어 매니저에게 필요한 자세는 뭘까. “소통능력, 책임감, 협상력,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중요하죠. 여기에 고객과 동료의 이야기를 겸손하게 끝까지 경청하는 능력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는 면접 전에 이랜드 자체상표(PB) 브랜드를 많이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이한 이름 덕분에 배운 ‘브랜드의 힘’

전략기획부의 황토왕 씨(서강대 경영학·26)는 자신의 특이한 이름 덕분에 브랜드 가치를 어릴 때부터 깨우쳤다고 했다. “사춘기 땐 이름만 불려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꾸중이 아닌 칭찬을 받을 때도 민망할 정도였죠. 그런데 자라면서 제 이름을 한 번만 들어도 모두 기억해 주는 걸 보면서 ‘브랜드의 힘’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7~8월 이랜드 전략기획(ESI) 인턴을 거쳐 입사한 황씨는 경영학 책에서 배울 수 없었던 실전 비즈니스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인턴시절 중국어를 전혀 못했지만 매일 중국인 100명씩 붙잡고 설문을 했어요. 선배들은 ‘진짜 고객이 누군지 알아야 프로젝트가 끝난다’고 강조하죠. 이런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는 고객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습니다.”

그는 “이랜드에는 ‘치열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제가 되는 선배’가 많다”며 “제 이름처럼 이랜드 브랜드가 한 번에 기억나도록 하는 ‘브랜드 주치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직무 사전 조사’ 필수

이랜드 시스템스사업부 정보전략실에 입사한 배봄이 씨(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25)는 지원직무에 대한 충실한 사전 조사를 강조했다. “대부분 시스템스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잘 모르고 지원하더군요.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마음대로 해석하면 ‘노력 부족’으로 비쳐질 수 있어요.” (이 사업부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룹 의사결정 시스템을 마련하고, 각 사업부의 최적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서 3년간 일했던 배씨는 이랜드의 자소서 문항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문항을 보면서 제 자신에 대해 굉장히 깊게 알고 싶어하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소서를 쓰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던 점에 무척 감사했습니다.”

그는 이랜드 기업문화로 ‘남녀 직급에 상관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준비가 돼 있다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정성 담은 ‘매장분석 보고서’ 효과


‘좋은 음식을 많은 사람에게 좋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싶은 꿈’을 지닌 주성은 매니저(미래사업부 외식브랜드·24)는 “‘A급 2분의 1’(최상품을 절반 값에)을 강조하는 이랜드가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주 매니저는 인터뷰 장소에 자신이 면접 때 들고 간 ‘매장분석 보고서’를 갖고 왔다. “대학시절 전국에 있는 이랜드 외식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찾아갔어요. 단순히 먹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빙, 분위기, 맛 등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정리했습니다. 음식점의 문제점과 함께 대안도 포트폴리오에 담아 면접관께 보여 드렸죠.” (옆자리의 안은정 채용팀장은 “단순히 매장직원들의 사인을 받아오는 정도의 포트폴리오는 감점이 될 수 있다”며 “어설픈 보고서는 차라리 안 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