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이후 '동반자살' 검색 2배로…'베르테르 효과' 확산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빈곤층 재활의지 북돋아야
○세 모녀 사건 후 ‘자살’ 검색량 급증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세 모녀 사건이 있었던 지난주(2월24일~3월2일) ‘동반자살’이라는 검색어 빈도는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자료는 ‘네이버 트렌드’ 키워드 분석 시스템을 통해 해당 검색어 빈도를 표준화 수치로 계산했다. 최고치를 200으로 놓고 각 주간 검색어 빈도를 비교했다.
지난주 ‘동반자살’이라는 검색어 지수는 올해 최대치인 200이었다. 직전 주인 2월17~23일 검색어 지수가 88임을 감안하면 지난주 동반자살에 대한 검색양이 두 배 늘어난 셈이다. 송태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은 “인터넷에 자살 관련 보도가 나오면 해당 키워드 검색어가 급증한다”며 “유명인이거나 관심을 끄는 사건이면 좀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 소식, 빈곤층에 더 아팠다
검색량이 증가했던 지난주 이후 비슷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일 오후 경기 동두천에서는 ‘미안하다’는 글씨가 적힌 세금고지서와 함께 엄마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서울 화곡동에서도 한 부부가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3일에도 경기 광주에서 아버지가 자식 둘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전문가들은 세 모녀 사고의 원인이 빈곤이라는 사실이 퍼져 나가면서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변에서 보도가 나오면 관심을 갖게 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그 결과 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뒤따르는 ‘베르테르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합적인 심리요소 분석 선행돼야
빈곤층의 자살을 예방하려면 복지 안전망 구축도 중요하지만 심리요인 분석 작업이 보다 전문화돼야 관련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극단적인 선택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관계 등을 분석하는 대인관계 모델에서 문제점을 파악해야 좋은 예방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키워드 위주의 전달도 문제로 꼽힌다. ‘자살’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다’는 식으로 표현해야 검색량이 줄어들고 베르테르 효과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빈곤층 스스로 재활 의지를 갖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택시운전을 하다 질병으로 실업했을 경우 치료비 문제와 실업이라는 두 가지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며 “고용보험 기간이 끝나면 아무런 지원이 없어지고 이후 빈곤 상태에 빠져야만 공적인 복지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빈곤층에 다시 자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베르테르 효과
유명인 등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방 자살이 잇따르는 현상.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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