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생활고를 비관한 송파구의 세 모녀가 함께 목숨을 끊은 이후 인터넷에서 ‘동반 자살’ 검색량이 평소보다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사연으로 삶을 포기하는 가족들이 잇따랐고 이는 유사한 상황에 처한 빈곤층이 스스로 세상을 버리는 ‘베르테르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자살자들의 심리적 요인을 분석해 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 모녀 사건 후 ‘자살’ 검색량 급증

송파 세 모녀 이후 '동반자살' 검색 2배로…'베르테르 효과' 확산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세 모녀 사건이 있었던 지난주(2월24일~3월2일) ‘동반자살’이라는 검색어 빈도는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자료는 ‘네이버 트렌드’ 키워드 분석 시스템을 통해 해당 검색어 빈도를 표준화 수치로 계산했다. 최고치를 200으로 놓고 각 주간 검색어 빈도를 비교했다.

지난주 ‘동반자살’이라는 검색어 지수는 올해 최대치인 200이었다. 직전 주인 2월17~23일 검색어 지수가 88임을 감안하면 지난주 동반자살에 대한 검색양이 두 배 늘어난 셈이다. 송태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은 “인터넷에 자살 관련 보도가 나오면 해당 키워드 검색어가 급증한다”며 “유명인이거나 관심을 끄는 사건이면 좀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 소식, 빈곤층에 더 아팠다

검색량이 증가했던 지난주 이후 비슷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일 오후 경기 동두천에서는 ‘미안하다’는 글씨가 적힌 세금고지서와 함께 엄마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서울 화곡동에서도 한 부부가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3일에도 경기 광주에서 아버지가 자식 둘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전문가들은 세 모녀 사고의 원인이 빈곤이라는 사실이 퍼져 나가면서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변에서 보도가 나오면 관심을 갖게 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다”며 “그 결과 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뒤따르는 ‘베르테르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합적인 심리요소 분석 선행돼야

빈곤층의 자살을 예방하려면 복지 안전망 구축도 중요하지만 심리요인 분석 작업이 보다 전문화돼야 관련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극단적인 선택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관계 등을 분석하는 대인관계 모델에서 문제점을 파악해야 좋은 예방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키워드 위주의 전달도 문제로 꼽힌다. ‘자살’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다’는 식으로 표현해야 검색량이 줄어들고 베르테르 효과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빈곤층 스스로 재활 의지를 갖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택시운전을 하다 질병으로 실업했을 경우 치료비 문제와 실업이라는 두 가지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며 “고용보험 기간이 끝나면 아무런 지원이 없어지고 이후 빈곤 상태에 빠져야만 공적인 복지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빈곤층에 다시 자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베르테르 효과

유명인 등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방 자살이 잇따르는 현상.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