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보장률 1∼2%p 상승 기대…대형병원 쏠림 심화 우려도

사실상 환자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선택진료비, 치료비보다 비싼 상급병실료, 환자와 보호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간병비.
11일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진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꼽혀온 이른바 이들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환자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의료비 부담을 가중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정체시켜온 이러한 비급여 항목을 최대한 건강보험체계 안으로 흡수해 개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런 개선안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 2017년에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1∼2%포인트 가량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선택진료비 부담 2017년 36% 수준으로 축소
정부는 우선 선택진료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2017년에는 현행 비급여 선택진료제를 폐지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새로운 '전문진료 의사 가산제'(가칭)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선택진료제는 환자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특정 의사를 선택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진료를 받는 과정을 통해 환자에게 우수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사실상 '강요된 선택'으로 변질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환자 부담만 늘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올해 안에 선택진료비를 현재의 65%까지 줄이고 이어 내후년까지 선택진료 의사의 비율을 현재 병원별 80%에서 진료과별 30%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조3천억원 규모인 선택진료비가 2017년에는 2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이렇게 선택진료 규모를 줄여놓고서 2017년 전문진료 의사 가산제로 전환해 진료비의 50%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추가 부담을 전제로 특정 의사를 선택하는 제도의 틀은 그대로 두되 현행 비급여 방식의 선택진료제는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非)선택의사'가 적어 어쩔 수 없이 선택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줄게 되고 선택진료를 계속 이용하려는 환자의 부담도 현행 대비 36%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건의료계 발전을 위해 고도의 의료기술을 연구·발전하는 기능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우수 의사를 선택하는 기능을 남겨두고 이를 건보 체계 내로 흡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4인실도 건강보험 적용…병실료 70% 안팎 감소
상급병실료 개선방향의 핵심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일반병상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병실인 6인실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기본입원료의 2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되지만 1∼5인실에 입원하면 추가 비용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일반병실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싼 상급병실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하반기 4, 5인실도 일반병상으로 넣어 일반병상의 비율을 현재 74%에서 82%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3인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은 일반병상 의무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하게 된다.

4, 5인실의 입원료는 6인실 대비 각각 160, 130% 수준에서 설정하고 이중 80%(상급종합병원은 70%)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종합병원 4인실의 경우 입원료 부담이 현행 평균 3만9천원에서 1만2천원으로 69%가량 줄어드는 등 병원 규모에 따라 70% 안팎의 입원료 인하 효과가 있다.

◇ 2018년부터 간병비도 건강보험 적용
사실상 제도적인 지원이 전혀 없었던 간병비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된다.

지난해 정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입원환자의 40%가량이 간병인을 두고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월평균 200만원이 넘는 간병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병비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간호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이 팀을 이뤄 보호자나 간병인 대신 환자를 돌보는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정부 예산으로 33개 공공병원에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확대 시행하고 2017년까지 지방·중소병원 중심으로 전체 병상의 25%까지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나서 2018년부터는 전체 병원에 적용할 예정이다.

포괄간호서비스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가령 포괄간호 수가가 3만원으로 산정된다면 환자나 보호자는 50%인 1만5천원만 부담하면 된다.

현재 평균 일당 8만원인 간병비에 비해 부담이 대폭 줄게 되는 것이다.

◇ 2017년까지 4조6천억원 소요…병원 손실 보전 위해 기관별 수가 등 신설
환자 주머니에서 충당하던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체계로 흡수하게 되면 건강보험재정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진다.

복지부는 이번 3대 비급여 개선안을 시행하려면 올해 5천600억원과 앞으로 3년간 연 3천600억원의 신규 재정이 필요해 이를 누적하면 2017년까지 총 4조6천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올해 필요한 재정은 이미 지난달 1.7% 건보료 인상에 반영했지만, 내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년 약 1%(4천억원) 가량의 건보료 추가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이동욱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보험료 부과기반을 확충하고 재정 누수 방지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총 진료수입의 6.5% 가량(2012년 기준)을 차지하는 선택진료비의 축소로 병원이 감수해야 할 손실은 수가 인상과 신설로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고도의 전문적 수술·처치·기능검사의 수가를 인상하고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서는 우수한 의료기관에 대한 기관별 수가, 가칭 '의료질향상분담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 대형병원 쏠림 가속화 우려
이처럼 3대 비급여를 건강보험체계 안으로 흡수하면 대형병원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택진료비와 선택의사 비율이 낮아지게 되면 '대형병원=특진비' 공식이 깨지면서 비슷한 값이면 큰 병원에서 '우수한' 의사에게 진료받겠다는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

또 진료비 상위 5개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빅5' 병원은 4인실을 포함해도 일반병상의 비율이 60% 초반에 불과해 일반병상 의무비율을 지키려면 2인실의 일부도 일반병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경우에 따라 중소형병원의 3인실보다 대형병원의 2인실이 오히려 더 저렴해질 수도 있다.

결국, 점점 더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 대형병원 입원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3대 비급여 개선방안과 더불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병원의 종별 기능에 맞는 협력 진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등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상급종합병원의 4인실 본인부담률을 30%로 상향하는 것 등이 그 일환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대형병원 쏠림을 막는 데에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대형병원 쏠림 문제는 3대 비급여 대책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문제"라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택진료제의 뼈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에서 '공약 후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당장 수익이 줄어들게 된 병원이 정부의 수가 인상안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할지도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