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력, 학점, 토익 등 스펙 중심의 평가였다면 최근엔 직무 준비성, 팀워크, 글로벌이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CJ그룹 채용설명회. 한경DB
국내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력, 학점, 토익 등 스펙 중심의 평가였다면 최근엔 직무 준비성, 팀워크, 글로벌이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열린 CJ그룹 채용설명회. 한경DB
‘스펙보다 직무·창의력·글로벌 중시 시대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다. 지난 15일 새로운 채용 전형을 발표한 삼성은 서류 지원 때 ‘전문성을 쌓기 위한 준비과정과 성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획일화된 스펙보다는 대학생활에서 취업을 위해 준비한 직무 전문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스펙보다 직무·글로벌…대기업 채용기준 확 바뀐다
이런 트렌드는 4대 그룹을 제외한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롯데, 현대중공업, 한화, CJ 등은 신입사원 채용 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 해당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에게 선발 기준을 들어봤다. 주요 대기업 중 KT 포스코 등은 아직 구체적인 채용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롯데百 “혼자 해외출장 갈 수 있는 인재”



롯데백화점 박현 팀장 해외 언어·문화 적응…롯데가 원하는 인재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스펙보다 직무·글로벌…대기업 채용기준 확 바뀐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롯데그룹 유학생 인턴 면접장에 참석한 A씨를 본 박현 인사팀장은 깜짝 놀랐다. 한 달 전 국내 공채면접에서 탈락한 A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롯데백화점에 입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중국까지 왔던 것이다.

A씨는 유학생 인턴에 합격해 한 달 동안 롯데백화점 톈진 1호점에서 일하고 있다. 박 팀장은 “아무리 스펙이 뛰어나도 2~3년간 준비한 사람은 당해내지 못한다”며 “유통인이 되기 위해 한우물을 판 사람이 롯데가 찾는 인재”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2018 글로벌 톱5’라는 목표 아래 채용도 이에 맞는 인재를 뽑고 있다. 이런 방침에 맞게 현지 언어와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가 롯데가 탐내는 사람이다. 박 팀장은 “토익, 해외 봉사활동 등의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며 “혼자 외국에 출장 보냈을 때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외국어 능력 평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 300명 중 여성은 180여명. 60%에 달했다. 여성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박 팀장은 “여성 지원자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유통업 특성상 6 대 4의 비율로 여성 지원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도 지난해 수준(2200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重 “자신만의 특기 어필을”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스펙보다 직무·글로벌…대기업 채용기준 확 바뀐다
현대중공업 이승철 부장 인턴·현대重장학 활용을…자신만의 장점 알려야


현대중공업은 올초 인재상을 ‘창조적 실천인’으로 새롭게 정립했다. 이승철 현대중공업 인력개발부장은 “최고에 도전하는 열정, 세상을 바꿀 혁신, 정직을 실천할 수 있는 신뢰받는 인재를 적극적으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딱딱할 것 같은 채용에 유연함을 갖고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면접 당일 생일을 맞은 지원자를 위해 케이크를 선물하는가 하면 해군 부사관 출신의 여성 등 다양한 경력의 지원자를 뽑았다.

여기에 매년 열린채용으로 우수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회사 제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과 추천으로 선발된 인턴사원 채용, 이공계 연구개발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현중 장학생 제도’ 등이다. 이 부장은 “인턴 실습기간 중 주된 평가 기준은 문제해결력과 조직 적응성”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입사를 위해 쌓아야 할 역량은 뭘까. 이 부장은 ‘긍정·소통·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인문계 출신에게는 문제해결력과 변화관리 및 전략적 사고를 검증하고 이공계 출신은 전문성과 분석력을 면접 때 본다”고 설명했다.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뽑은 신입사원의 35%가 지방대 출신이었으며, 여성도 매년 10% 이상 뽑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스펙으로 무장해 특징이 없는 지원자보다 자신만의 특기와 장점을 지닌 인재인지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한화, 패기와 도전정신 본다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스펙보다 직무·글로벌…대기업 채용기준 확 바뀐다
(주)한화 김영돈 파트장 취준생 부담 인적성 폐지…부드러워진 한화에 도전을


날짜를 착각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지원자를 냉정하게 보내지 않고 특별히 면접볼 수 있도록 한 배려, 면접 중 울컥한 지원자에게 물과 휴지를 건네준 따뜻함, 특기가 씨름인 여성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씨름을 제안하자 면접관이 팔씨름으로 응대한 재치….

(주)한화의 지난해 면접장 모습이다. 신입채용 과정에서 한화가 부드러워지고 있다. 김영돈 한화 인사운영팀 파트장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스마트 세대를 위해 채용 과정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파트장은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겐 ‘뚜렷한 비전·애사심·스마트’라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작년 상반기 취준생에게 부담이 큰 인적성시험을 없앴다. 인적성 폐지는 기업과 취준생 모두를 만족시켰다. 김 파트장은 “지원자는 인적성시험에서 오는 물적·시간적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회사도 더 많은 지원자를 면접에서 볼 수 있어 우수 인재를 발굴할 기회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인적성 폐지는 계열사의 채용 권한 확대로 이어졌다. 한화L&C는 게임과 시뮬레이션 면접을 도입했고, 한화갤러리아는 기존의 면접장을 벗어나 카페에서 자유로운 소통면접을 진행했다. 리조트에서 1박2일간 면접을 치른 (주)한화는 ‘입사 후 10년’이란 주제로 토의 발표하는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았다.

김 파트장은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한 솔직·담백한 대답, 여기에 패기와 도전정신을 갖춘 사람이 한화가 찾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은 한화그룹은 올해도 작년 수준의 채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CJ 신입 키워드는 ‘인턴·글로벌·당당함’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스펙보다 직무·글로벌…대기업 채용기준 확 바뀐다
CJ 이성열 부장 인턴 70~80% 정규직 전환…자소서 토대로 가능성 평가


이성열 CJ 인사팀 채용담당 부장은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은 대부분 관련 업계 인턴 경험과 뛰어난 글로벌 역량에다 면접 때 주눅들지 않은 당당함을 지닌 인재”라고 말했다. CJ의 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강유 인재’다. 부드럽고 유연한 사고, 강하지만 결코 배척하지 않으며 성과 창출에 강한 의지를 갖춘 인재를 뜻한다.

CJ는 2012년 하반기부터 신입사원의 10%를 글로벌 인력으로 뽑고 있다. 이 부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 언어에 영어까지 잘하면 좋다(good)”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떠나 외국생활을 하려면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기에 언어만큼 중요한 것은 문화 수용성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장은 “여기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다면 최상(best)”이라고 강조했다.

CJ 신입사원 공식 입사 트랙은 공채와 상반기 인턴이다. 인턴자의 70~80%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CJ는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본다. 이 부장은 “서류전형 시 직무별 전문위원이 지원자 자소서를 일일이 평가한다”며 “스펙보다 지원자의 가능성과 역량이 평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지난해 10~12개 계열사 92개 직무에서 15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이 부장은 “구체적인 채용인원은 아직 미정이나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