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무역관장 첫 피랍 충격
리비아서 20개 건설사 47개 프로젝트 진행
위기관리 매뉴얼 재검토…안전 대책 강화
< 외교부 긴급 대책회의 > 김규현 1차관(왼쪽)을 비롯한 외교부 관계자들이 서울 도렴동 청사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한석우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 피랍 사건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외교부 긴급 대책회의 > 김규현 1차관(왼쪽)을 비롯한 외교부 관계자들이 서울 도렴동 청사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한석우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 피랍 사건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적납치' 땐 속수무책…중동 등 위험지역 진출 기업 비상

KOTRA 무역관장이 납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중동을 비롯한 이른바 ‘위험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주요 기업들은 해외 주재원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재검토하고, 안전 대책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KOTRA에 따르면 이번 피랍 사건이 발생한 리비아에는 1986년 신라건설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LG전자 등 12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은 2007년 수주한 사리르 855㎿급 발전소 등 네 개 프로젝트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리비아에서 트리폴리호텔과 미수라타 복합화력발전소 등을 건설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합작이나 연락사무소 등 직접 진출은 아니지만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곳까지 합하면 20개 한국 건설사가 리비아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47건, 10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건설사들은 ‘해가 뜬 후 출근하고 해가 지기 전에 퇴근한다’ ‘대형 차량을 이용해 단체로 출퇴근한다’ 등 안전 수칙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처럼 납치범들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접근하면 방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주재원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납치범들이 위험 지역에 들어온 인사만 노리는 게 아니라 사전에 특정인을 대상으로 모의해 범행을 저지르는 등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테러 폭동 지진 태풍 등 위기 유형별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있다. 가령 테러가 일어나면 위험 정도를 파악한 후 철수하거나 가족을 우선 대피시키는 식이다. LG전자는 필요할 경우 위험 지역에 살지 않고 두바이 등 안전한 인근 국가에 거주토록 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고가 난 리비아에는 연락사무소가 있지만 현지 직원 한 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적납치' 땐 속수무책…중동 등 위험지역 진출 기업 비상

현대·기아자동차는 주재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방침을 지키기 위해 위험 지역의 거점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도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이집트 정국이 혼란스럽자 아프리카 지역본부를 이집트 카이로에서 모로코 카사블랑카로 옮겼다. 기아차도 카이로 근무 직원들을 중동 본부가 있는 두바이로 보냈다. 한국타이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등 위험 지역에서는 무장 경비들이 상주하는 지역에 주재원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콜롬비아 베트남을 오지로 분류해 해당 국가에 파견된 주재원에게 유괴 납치 감금 물품갈취 등에 대한 보험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페루 리마와 콜롬비아 보고타 지사장에게는 방탄차도 제공하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비스마야 지역에 있는 한화건설의 신도시 건설 현장에는 이중으로 방호펜스가 설치돼 이라크 경찰이 24시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또 공항에서 현장을 오갈 때는 방탄차를 이용하고 전문업체의 무장경호도 받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종합상사들은 해외 법인이나 지사가 체계적으로 주재원을 관리한다. 상황 단계별로 재택근무부터 철수까지 결정해 지시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 불안과 빈부 격차, 종교 갈등, 테러 등 불안 요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몸값’을 노리고 한국 주재원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며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차원의 대비책 마련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안정락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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