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사이에…등록금 900만 vs 2100만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대학은 연간 등록금이 900만원, 다른 대학은 2100만원.’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 국제교육도시에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캠퍼스) 얘기다. 2011년 개교한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1학년 학생들이 1년간 숙식하며 교육받는 레지덴셜 칼리지(RC·기숙형 대학)다. 선진국형 교육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서울대가 세 차례 다녀간 것을 비롯해 국내 대학 17곳이 이곳을 찾았다.

왕복 8차로인 송도과학로를 사이에 두고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마주보고 있는 뉴욕주립대는 지난해 3월 학년별 정원 100명으로 문을 열었다. 더타임스 평가 기준 세계랭킹 178위인 이 학교는 34명만 등록했다.

오는 3월 문을 여는 미국 조지메이슨대(세계랭킹 350위)는 위탁교육 가능성이 커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년 정원 190명 중 30명가량만 모집했다며 위탁교육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말했다.

송도 국제교육도시는 연세대 국제캠퍼스로 대표되는 한국 대학과 외국계 대학이 한국과 아시아 국가의 해외 유학 수요를 잡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경쟁을 통해 발전해야 할 국내외 대학 사이에는 규제라는 걸림돌이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 한 사립대 총장은 “국내 대학들이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고 기부금을 적극 유치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등록금과 정원 등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국내 대학과 한국 정부의 지원 아래 정원 등록금 등에서 자율성을 보장받는 외국계 대학의 경쟁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RC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정규 교육 외에 문화·예술·봉사 등 다양한 비교과 과정 및 동아리 활동 등으로 창의력과 인성을 키우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맞서 송도국제교육도시의 외국 대학들은 본국 교수진이 직접 가르치며 2학년 때 본국 캠퍼스에서 1년간 배우는 과정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대학 교육 여건 개선에 결정적인 등록금 수준은 비교가 안 된다. 연세대는 작년 평균 856만원으로 1만9810달러(약 2100만원)인 뉴욕주립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한국 대학들이 세계 100위권 내에 더 많이 진입하려면 적어도 송도 같은 국제교육도시에선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위권 내에는 서울대(44위) KAIST(56위) 포스텍(60위)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내 대학의 등록금은 2000년대 두 배 가까이 올라 지금도 충분히 비싸다”고 반박했다.

송도=강현우/홍선표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