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규제, 해도 너무해"…정부 "이미 충분히 비싸다"
최근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참석했던 서울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총학생회 측 위원의 태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 측에서 “귀측(대학본부 측)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등록금 인상안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왔기 때문이다. “교수와 제자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따지듯 묻는 태도에 순간 당황했다”는 이 교수는 “등록금심의위원회, 등록금 상한제, 국가장학금 연계 등 삼중 규제를 받고 있어 국내 외국계 대학에 비해 역차별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2년째 등록금 동결·인하

지난 2년간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해온 국내 대학들은 조만간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심의위원회 학생 측 위원 비율이 30% 이상으로 규정된 2011년 이후 인상안을 제시할 때마다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일부 반발에도 위원 간 의견 수렴이 가능했지만 학생 참여 비율이 3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설득이 쉽지 않아졌다는 게 대학들의 주장이다.

‘반값 등록금’을 내건 이명박 정부에서는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됐다.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년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한다는 규제다. 2010년 도입된 이 제도는 거의 사문화됐다는 게 대학들의 주장이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등 각종 재정 지원이 끊어지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충한 정부는 소득에 따라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1유형과 대학의 자구 노력과 연계해 대학 측에 주는 2유형으로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2유형의 경우 대학 측이 자체 장학금을 확충하고 등록금을 인하 혹은 동결해야 지급하도록 못 박고 있다.

중앙대는 지난해 평균등록금이 소폭 오르면서 15억원 규모의 2유형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고 대학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두뇌한국(BK) 21’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 ‘교육역량강화사업’ 등 정부 주요 재정지원사업도 지원대학을 선정할 때 등록금 인상 대학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한정호 연세대 대외협력처장은 “국내에 유치한 외국계 대학들은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데 반해 국내 대학은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며 “최소한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대학들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2000년대 2배 올렸다”

대학들은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등록금 동결 자체도 전년도보다 깎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국내 4년제와 전문대 433곳의 등록금만 한 해 14조원인데 대학들이 1%만 올려도 1400억원의 학부모 부담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자율화 정책을 폈던 노무현 정부 당시 국내 대학들은 매년 6~7% 올려 사실상 두 배 인상했다”며 “각종 거품을 제거하고 경영을 효율화하면 향후 몇 년간 등록금을 동결해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을 비교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생활여건 개선과 내국인의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외국계 대학을 유치하는 것인 만큼 어느 정도 혜택을 주는 게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계 대학들은 규제도 없지만 각종 재정지원사업 혜택도 주지 않고 있다”며 “국내 대학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