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장거리 통근족 "아이고 허리·목이야"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5동에 있는 한의과에선 ‘침 맞기 경쟁’이 한창이었다. 세종청사와 서울을 오가는 장거리 통근족이 많아지면서 허리와 목 통증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침을 맞을 수 있는 정원은 20명이지만 허리 통증을 겪고 있는 공무원은 수백명. 한의과가 문을 연 지 10분 안에 당일 예약이 모두 끝난다.

장거리 출퇴근족의 가장 큰 고민은 피로와 건강 문제다. 하루 4~5시간을 통근에 쏟다 보니 쉴 틈이 거의 없는 데다 자세도 흐트러지기 일쑤다. 한 경제부처의 과장은 매일 오전 6시50분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5시40분에 일어난다. ‘칼퇴근’을 하더라도 귀가 시간은 밤 9시가 넘는다. 퇴근이 약간 늦어지는 날엔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퇴근길을 버텨야 한다. 한 공무원은 “한두 달 이런 생활을 되풀이하다 보니 몸이 축나는 느낌이 확연하다”고 말했다.

현재 공무원들을 세종청사로 실어나르는 버스는 총 47개 노선 165대다. 이 중 106대가 수도권을 오간다. 45인승 관광버스 한 대당 20명만 탄다고 가정해도 매일 3000명이 통근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는 셈이다. 한때 ‘목베개’가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센스 있는 선물로 꼽힌 배경이다.

장거리 통근족이 많아지면서 회식과 야근문화도 달라졌다. 밤 9시 이전에 모든 일정을 끝낸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만약 통근버스 막차를 놓쳐 KTX를 타게 될 경우 청사에서 가장 가까운 KTX역인 오송역까지 택시비가 3만원 가까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통근버스를 놓칠 경우 5만~6만원가량 하는 교통비를 부담해야 해 늦게까지 회식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