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1년 "단순파업, 반드시 업무방해죄 아니다"…판례 변경

지난해 12월 9일부터 22일간 벌어진 철도노조 파업 주동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파업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새로운 이정표가 된 2011년 대법원 판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부산지법 강석규 영장전담판사는 7일 변모(41)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조직국장과 김모(55) 기관차승무지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이번 파업에 의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향후 공판과정에서 엄격한 법적 평가를 통해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파업을 철회하고 피의자가 자진출석하여 수사에 성실히 임한 점 등을 고려하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도 지난 3일 최모(47) 천안기관차승무지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비슷한 이유로 기각했다.

법원이 이렇게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언급한 업무방해죄 성립조건은 2006년 철도파업을 주도한 김영훈 당시 노조위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새로 정립됐다.

대법원은 2011년 3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하면서 '집단적으로 근로 제공을 거부하는 파업이 심각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가 있을 때만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 제한된 경우, 즉 전후 사정에 비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때만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대법관은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는 비록 집단적으로 이뤄져도 적극적인 방해행위로 사용자의 업무수행을 막고 법익을 침해하는 것과 동등하지 않아 단순파업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며 단순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판결은 파업과 관련한 업무방해죄의 처벌 범위를 종전보다 크게 제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집단적으로 근로 제공을 거부해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는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한 당연히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을 돌입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 22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쟁의행위를 결의(투표율 91.3%, 찬성률 80%)한 데 이어 같은 달 27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까지 끝내면서 쟁의절차를 합법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수차례 파업을 경고,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천안·부산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