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에 의존하다 '배후' 아닌 다른 경로만 '확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채모(12) 군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으나 어느 한 쪽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의혹 규명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행정관과 국가정보원 직원이 비슷한 시기 채군의 신상정보를 확인하려 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복수의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사건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은 드러나 있다.

그러나 채군의 개인정보 열람을 지시·요청한 '배후'에 대한 규명 작업은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윗선'을 추적해야 할 수사가 곁가지 주변에만 맴도는 양상이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영수 부장검사)는 국정원 정보관(IO) 송모씨가 지난해 6월 11일을 전후해 유영환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통해 채군의 아버지 이름을 문의한 정황을 포착하고 유 교육장을 지난달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채군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송 정보관이 유 교육장에게 신상정보 확인을 요청한 사실 자체는 시인하면서 "개인적으로 문의했고 '법적 문제가 있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국정원 차원의 개입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검찰은 최근 송 정보관을 불러 조사했으나 국정원의 이런 해명과 비슷한 수준의 진술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면밀히 분석해 이들과 접촉한 또다른 인물이 있는지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 측이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유 교육장이 채군의 신상 관련 정보를 국정원에 넘겼다는 관련 의혹을 규명하는 데 난관이 예상된다.

유 교육장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확실한 물증을 남기지 않은 채 휴대전화 통화 등으로 은밀히 부탁을 주고받았다면 검찰 수사는 다시 관련자들의 진술을 짜맞추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오영(55) 전 청와대 행정관에서 조이제(54)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으로 이어지는 개인정보 유출의 또다른 경로에 대한 수사에서도 진술에만 의존하느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 전 행정관은 애초 관련 의혹을 전부 부인하다 행정안전부 김모 국장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수사가 진행되자 이를 번복하고 신학수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거가 희박하고 배후로 지목된 두 사람이 강하게 부인하는 데다 모두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 몸담은 인사여서 실제 '윗선'일 가능성은 적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거짓진술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국정원 정보관이 유 교육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한 시기가 조오영-조이제 라인의 가족관계등록부 불법열람 시점과 거의 일치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혼외아들 의혹 첫 보도보다 3개월여 앞선 비슷한 시기에 두 경로로 개인정보 조회가 시도된 점 등으로 미뤄 복수의 경로를 통해 개인정보 조회를 지시·요청하고 결과를 취합한 배후가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지금까지 해온 대로 관련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려할 경우 사건 진상에 다가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사는 청와대와 국정원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행정관에 대해 다섯 차례 소환 조사했을 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아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폭넓게 살펴보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김동호 기자 dada@yna.co.kr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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