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제분 회장 "허위진단서 청탁한 적 없다" 혐의 부인

검찰은 3일 '여대생 청부살해범' 윤길자(69·여)씨의 형집행정지를 공모하고 회사 및 계열사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증재 등)로 구속 기소된 윤씨의 남편 류원기(67) 영남제분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김하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상장법인으로서 투명한 회사 자금 관리 등에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사유화해 회사 자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등의 전횡을 저질렀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어 "부인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위해 주치의를 매수하고 허위진단서 작성 등을 종용했지만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고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횡령한 회사 자금 86억원 중 일부를 변제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2010년 7월 신촌세브란스병원 박모(55) 교수에게 부인 윤씨의 형집행정지가 가능하도록 진단서 조작을 부탁하고 이듬해 8월 그 대가로 미화 1만 달러 상당을 건넨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다.

또 2009∼2013년 영남제분과 계열사 법인자금을 직원 급여와 공사비 명목으로 과다하게 지급하도록 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86억원 상당을 빼돌려 윤씨의 입원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류 회장은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형집행정지와 관련해 진단서 발급을 요청한 것은 맞다"면서도 "의학적 상식이 없어 작성 방법을 요구하거나 진단서 내용을 확인한 적은 전혀 없으며 박 교수와 사적인 만남을 갖거나 돈을 건넨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회사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자금이 내게 귀속된 것은 맞다"고 인정했지만, "모든 것은 직원들이 알아서 한 일인데 이는 검찰 수사가 이뤄진 뒤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5년 넘게 배우자의 주치의인 박 교수와 인간적인 도리로라도 관계가 있었을 것 같은데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부인을 해서 더 납득이 안간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진단서의 내용이 형집행정지 여부에 제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진단서 발급 요청만 한 채 그 내용이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앞서 검찰은 2007∼2013년 윤씨의 형집행정지와 관련, 3건의 허위진단서를 발급하고 류 회장으로부터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허위진단서 작성 등)로 박 교수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1천53만5천원을 구형했다.

2002년 여대생 하모(당시 22세)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2007∼2013년 3번의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를 15차례 연장했다.

특히 이 기간 윤씨가 세브란스병원에서만 38차례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류 회장과 박 교수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 달 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