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환장관 "철도경쟁시대 열렸다"…파업노조원 복귀 호소

정부가 27일 철도 파업의 도화선이 된 수서발 KTX 법인의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후 10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면허 발급 사실을 발표한 뒤 "철도경쟁시대가 열렸다"면서 "수서고속철도회사는 철도 혁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 철도공사와 수서고속철도회사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건전한 회사로 거듭나고 철도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국민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만성 적자에 들어가던 국민 혈세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철도 파업에 대해 "공공부문내 최소한의 경쟁조차도 거부하면서 독점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더 이상 불법파업으로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지 말고 본연의 업무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철도노조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발표를 믿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토부는 면허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5개월 정도 실무협의를 했으며 영업·안전·차량·시설 등 전 분야를 검토했으며 철도사업법 등 법령이 정한 기준을 충족해 이날 오후 9시께 면허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전지방법원은 코레일이 신청한 법인 설립 등기를 오후 8시 30분께 내줬다.

국토부는 철도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 발행과 양도의 대상을 공공기관으로 하는 공영지배구조를 유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면허를 취소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했다.

또 철도안전을 위한 안전관리체계 승인 획득, 지속 가능한 철도서비스 제공을 위한 재무건전성 유지(부채비율 150% 이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보험가입과 예측수요에 대응한 차량 확보 등의 조건도 있다.

이번 면허는 2004년 철도사업법 제정 이후 법에 따라 부여한 최초의 면허로 철도운송에 복수 운영자가 참여해 경쟁이 이뤄지게 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공영체제 내에서 건전한 경쟁구조를 형성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수서에서 평택을 거쳐 부산과 목포까지 가는 수서발 KTX는 2015년말 개통 예정이다.

수서고속철도회사는 철도공사에 임시 사무실을 꾸리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공부문 자금 투자 유치와 인력 선발, 교육 훈련, 철도차량 도입 등의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초기 인력은 40명 규모로 나중에 늘어나게 된다.

국토부는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의 발기인 대표인 코레일이 지난 12일 면허 신청서를 낸 이후 재무건전성, 안전성 등 사업계획서 검토를 미리 끝내고 대전지법이 법인 설립 등기를 내기를 기다려 왔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자회사로 수서발 KTX 운영회사를 세우는 것이 나중에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민영화 전초전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인 설립 철회를 주장해왔다.

노조는 이날 사측과 벌인 교섭이 결렬되고서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에 나서면 파업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레일의 독점 구조를 깨 경쟁을 유도하려면 수서발 KTX 운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면허 발급을 강행했다.

김경욱 국토부 철도국장은 이날 장관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면허 발급을 서두른 것에 대해 "개통 전 준비에 24개월이 걸려 더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면허 발급 중단을 내세웠는데 이제 파업 자체의 초점이 없어져 파업 사태의 진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코레일의 비용 절감을 유인하고 승객 유치 경쟁으로 수입이 늘어 영업적자 기업에서 영업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