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전문가, 소통·조정 필요성 제기…"사회 원로들 중재역할도 필요"
보수·진보 시민단체, 사태 해결 전망·해법 놓고 의견 분분

수서발 KTX 법인화에 반대하며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이 26일로 18일째를 맞으면서 해를 넘겨 대치 국면이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수서발 KTX 법인화가 결국 '철도 민영화'라고 주장하는 반면 코레일과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맞서면서 양측의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찰은 노조 집행부 검거를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섰고 이에 노조 측은 종교계에 대승적 차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악화일로로 치닫는 철도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노조 간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상태가 지속한다면 결국 정면 충돌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노조 제안대로 종교계와 사회 원로들이 나서서 원만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중재하는 것 밖에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아울러 "민영화 여부에 관계없이 서로 불신이 쌓인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이러한 불신은 공기업 노조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과 정부의 노동정책이 부재한 점에서 동시에 기인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정부로부터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대신에 노조가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해 경영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서로 신뢰가 없어서 빚어진 참사"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를 지속하도록 노·사·정이 함께 일종의 '거버넌스'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현재 정치권에서 이번 파업 사태를 정국 운영의 측면과 결부시켜 정치적인 이슈로 재생산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적했다.

그는 "코레일을 개혁하는 일과 민영화를 방지하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일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파업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공유하면서도 해결책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일개 사업장의 파업으로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시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파업을 지지하는 등의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만큼 이번 사태는 국민 여론이 노조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안 처장은 "이런 상황에서 결국 쟁점은 민영화"라며 "말만 할 게 아니라 법으로 명시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인데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도 공공성을 지키고 코레일을 개혁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국회 산하에 만들자는 제안도 정부가 거부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사태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익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밝힌 상황에서도 노조가 반발하는 것을 보면 지금으로선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진정한 요구 사항을 밝혀야 정부가 답변을 주고 양측이 서로 양보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신 처장은 "민영화를 막도록 법으로 규정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입법 남용"이라며 "일차적으로 노조가 파업을 푼 뒤 정치권이나 제도적인 도움을 받아 점차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