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17일째인 25일 서울 수색동 수색차량기지를 방문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항의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도노조 파업 17일째인 25일 서울 수색동 수색차량기지를 방문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항의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둘러싼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로 치닫고 있다. 철도노조는 25일 “지도부는 건재하며 자회사 설립을 취소하지 않으면 후퇴는 없다”며 강경투쟁을 재확인했다. 노조원들은 집회를 여는 대신 개별적으로 파업 정당성을 지인들에게 전파하는 ‘게릴라전’을 펴고 있다. ‘불법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와 징계로 압박했다.

◆“철도파업 흔들림 없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파업 지도부 검거를 위해 지난 2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에 진입한 이후 내놓은 첫 번째 공식 입장이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는 여전히 건재하며 총파업 투쟁을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부가 체포되더라도 2차 지도부와 비상대책위 등을 통해 파업을 이끌 것”이라며 “정부가 현 사태를 오판하고 끊임없이 탄압하려고 하면 노조는 더 강경한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파업 시작 이전부터 지도부 체포에 대비해 제2 지도부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조합원들은 ‘도심 속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파업에 참여 중인 7600여명은 전국 130개 지부별로 소속돼 있다. 지부 조합원들은 2~6명의 조장들이 관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부장이 전체 조합원을 관리했지만 2009년 철도파업 이후 조장들의 힘이 커졌다는 게 노조원들의 설명이다. 당시 대규모 파면·해고 등에 따른 학습효과로 집회 등 조직적 투쟁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조장들은 도심 속 산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집회보다 주변에 파업 이유 등을 설명하는 산개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대규모 집회에 따른 투쟁동력 상실을 막고 시민 호응도 얻으려는 지능적인 파업”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과거에는 파업 초기에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이번 파업은 장기적,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게릴라전 같다”고 말했다.

◆파업 중에 징계 착수 ‘압박’

코레일은 파업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참가자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고소·고발자 191명 가운데 해고자 46명을 제외한 145명에 대한 조사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중징계(파면·해임·정직) 처분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이전까지 최장이었던 2009년 파업(9일간) 당시 20명을 파면하고, 149명을 해임했다. 이번 파업은 역대 최장이어서 징계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철도파업은 정치파업”이라며 강경 대응을 재확인했다. 최 사장은 서울 수색동 차량기지를 찾아 “파업이 철도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된 상태”라며 “대선 불복과 사회혼란을 야기하는데 가장 많은 조합원을 가진 우리 노조를 최선봉에 내세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기관사 300여명, 열차승무원 200여명을 기간제로 채용해 내년 초 투입하면 화물열차 운행률을 30%에서 39%(84회→110회)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지방본부별 결의대회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지 못한 가운데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은 연대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26일 전국 지방본부별로 결의대회를 열고 28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총파업 사수 연대투쟁에 합류한다. 민주노총도 26일 오후 4시 확대간부 파업을 결의하는 전국 동시다발 규탄집회를 열고 28일 철도노조와 함께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백 팀장은 기자회견에서 “수배 중인 지도부는 현재 피신했지만 이른 시일 안에 공개적 장소에 나올 것”이라고 말해 철도노조 지도부가 모습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파업 복귀율이 지난 22일 민주노총 체포작전 이후 정체기에 접어든 데다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도 강화되고 있다”며 “28일 민주노총이 철도노조 등과 함께 개최하는 총파업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대전=임호범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