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이 청구된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경찰이 조계사 입구에서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체포영장이 청구된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경찰이 조계사 입구에서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경찰은 불법파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원들이 은신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주변에 대해 25일 삼엄한 경계 태세를 갖췄다.

경찰은 전날 밤 박 부위원장과 노조원 등 4명이 조계사로 숨어들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계사 외곽을 전격 수색했다. 이어 성탄절인 25일에는 인력을 추가 편성해 3개 중대 250명을 동원해 조계사 주변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 경계는 강화했지만 경찰력을 조계사 안으로 투입하지는 못했다. 자칫 종교시설에 공권력을 투입했다가 종교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이날 사복경찰로 추정되는 2명이 조계사 내로 들어갔다가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발각돼 몸싸움을 벌이다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박 부위원장과 노조원들은 조계사 극락전 2층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은 조계사 측에서 제공하는 음식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면서 은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위원장 등은 조계사에 사전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노조는 박 부위원장 피신에 대해 이날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계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간 것에 대해 이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조계종 측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종교단체로서 몸을 피한 노동자를 강제로 쫓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계사 관계자도 “종단이 노조원들을 내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진 것 같다”며 “회의를 통해 정부와 사측, 노조 등 3자가 협의해 중재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종단 입장”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조계사 내에 있는 박 부위원장 검거 작전과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민주노총 집회 등에 대해 법에 따른 엄정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다만 조계사 내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방안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태호/박상익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