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반대’라는 허수아비를 내건 철도노조 파업이 오늘로 벌써 18일째다. 화물운송 차질은 물론 KTX, 일반열차, 지하철까지 여파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 “민영화 안 한다”고 해도 노조 집행부는 조계사에 은신하며 장기투쟁 채비다. 아무 말도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불통 운운하며 되레 정치 투쟁거리로 삼는 진영논리만 기승이다.

철도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갑작스레 들고나온 게 결코 아니다. 민영화는 김대중 정부가 적극 추진했었고, 경쟁도입은 노무현 정부의 로드맵이다. 역대 정권마다 추진하다 노조 파업과 정치공세에 막힌 20년 케케묵은 숙제다. 철도 개혁을 추진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114년 독점 속에 방만·부실·비효율의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게 바로 철도요, 철도노조의 철밥통이다. 해마다 5000억원 적자, 17조6000억원의 부채를 안고도 과잉인력, 성과급 잔치에다 1인당 인건비 7000만원에 육박하는 ‘그들만의 천국’을 놔두고 무슨 공공기관 개혁을 말할 수 있겠는가.

공공부문의 비효율이 경쟁도 진입도 퇴출도 없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은 세계 공통이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철도 민영화를 추진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민영화는 피해야 할 괴물이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필수과제다. 그저 파업을 무마해보자고 정부가 슬금슬금 물러설수록 해법은 더욱 멀어진다. 아예 민영화가 절대악처럼 인식될 정도다. 이럴 바엔 차라리 코레일을 일본처럼 분할 민영화해 정면돌파하자. 일본은 부실덩어리였던 철도를 1987년 7개 회사로 분할 민영화한 뒤 종전 하루 50억엔 적자를 15억엔 흑자로 탈바꿈시켰고, 요금도 회사 간 경쟁 때문에 거의 오르지 않았다.

정치권은 더 이상 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불법파업을 옹호해선 안 된다. 민영화 금지법이라는 황당무계한 입법안을 제출한 민주당이나, 여야 공동결의를 제안한 새누리당이나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철도노조의 타성만 길러주고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2013년 세밑 불황에도 묵묵히 불편을 감내하는 국민들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