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2일 민주노총 설립 이후 처음으로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해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나섰지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경찰의 작전을 예상하고 병력이 집결되기 전인 이날 새벽에 본부 사무실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작전이 사실상 ‘허탕’으로 끝나면서 무리한 진입작전이 오히려 민주노총에 총파업 명분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35분께부터 66개 중대 5000여명의 병력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 건물에 투입해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에 나섰다. 건물 투입 인원만 600명에 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본부가 위치한 건물 13층에서 소화전 물과 얼음조각 등을 던지며 대치했다.

경찰은 오전 11시쯤 건물 로비에 진입해 최루액을 분사하며 조합원을 진압했고 조합원들은 계단 등에서 의자와 같은 가구를 엮어 바리케이드로 막으며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등 138명이 경찰에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연행됐다.

경찰은 끝까지 현장에 남아 있던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 150여명에 대한 신분조사를 벌인 결과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철도노조 지도부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이날 밤 10시께 밝혔다.

12시간에 걸친 경찰과 민주노총의 대치는 사실상 민주노총의 승리로 돌아갔다. 경찰이 본부 사무실이 위치한 13~15층에 진입해 대대적 수색작업을 벌인 결과 검거대상인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미 은신처를 옮긴 상황이었다.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이 건물 주변에 24시간 병력을 배치해 주변 의심 인물들을 대상으로 심문조사를 벌였다. 건물을 전면봉쇄한 것은 진입작전이 있던 22일 오전부터였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발부 이후 계속 건물 자체를 봉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철도노조 지도부가 마음만 먹었다면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작전 실패로 정부가 향후 노동운동에 대처함에 있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수뇌부는 명확하지 않은 정보로 무리한 진입작전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하루 종일 난리를 친 이곳 민주노총 본부 건물에 철도노조 수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무리한 작전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김태호/박상익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