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홍보대행사 ‘빅3’ 신입사원 3명이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연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엄진영·문동환·김소인 AE(왼쪽부터)가 자기 회사의 로고를 들고 웃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국내 홍보대행사 ‘빅3’ 신입사원 3명이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연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엄진영·문동환·김소인 AE(왼쪽부터)가 자기 회사의 로고를 들고 웃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연말은 홍보대행사 홍보기획자(AE·account executive) 채용의 계절이다. 미디컴은 지난달 신입사원 12명을 뽑았고, 피알원은 9일까지 신입 공채 원서를 접수 중이다. KPR은 수시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프레인도 13일까지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홍보대행사 AE의 역할은 고객사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 담당기자 관리, 홍보 아이템 기획, 기사 모니터링 등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고객사 블로그·페이스북·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획 운영, 온·오프라인 프로모션 이벤트 등 갈수록 업무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들을 감당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황윤상 미디컴 이사는 “영어·포토샵·PPT(파워포인트) 등의 스킬은 자꾸 하다 보면 는다”며 “AE에게 더 필요한 것은 배려, 협업, 관계,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홍보대행사에 연말은 채용 시즌인 동시에 내년 신규 고객사 확보를 위한 제안서를 준비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바쁜 틈을 타 국내 홍보대행사 빅3의 신입 AE를 만나 입사 과정과 업무에 대해 들어봤다. 홍보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신문 지면 사진촬영 아이디어를 묻자 ‘각사 로고 들고 찍기’, ‘신문 펼쳐 찍기’, ‘보드에 AE 표현하기’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피알원 엄진영 AE(25·고려대 미디어학부 졸업, 1월 입사)
=작년 이맘때 한국경제신문의 JOB(대학생 취업디딤돌) 지면을 보면서 꿈꿨다. ‘나도 내년엔 이 지면의 주인공이 되겠지’라고.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셨다.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쌓은 경험이 밑거름이 돼 PR을 할 수 있게 됐다.

졸업 후 스포츠마케팅사 홍보팀에서 일하면서 PR 전문가의 꿈을 키웠다. 피알원의 PR 성공사례를 접하면서 나를 키워줄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피알원의 입사원서는 자기소개서 워드 파일과 PPT 파일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1차 실무면접 때는 PPT를 바탕으로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치른다. PR인에 대한 열정과 경험을 어떻게 재미있게 표현할까 고민한 끝에 ‘나만의 만화 캐릭터’를 스토리로 만들었다. 프레젠테이션 말미에 존경했던 사수 선배의 실명과 사진, 연락처를 보여주면서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지금 이 분에게 연락해 보세요’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지금은 막내 AE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위기관리, 언론 홍보와 함께 공공기관 블로그, 페이스북 등 온라인 홍보도 맡고 있다. 입사 후 생긴 습관은 지하철 캠페인을 봐도 저 캠페인을 위해 AE는 어떤 고민을 했는지, 홍보 효과는 어떨지, 나라면 어떻게 홍보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맡은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 수 있는 역량을 키워 피알원의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

한경 잡앤스토리 잡 인터뷰에 동행한 대학생들과 홍보대행사 AE.
한경 잡앤스토리 잡 인터뷰에 동행한 대학생들과 홍보대행사 AE.
○KPR 문동환 AE(27·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광고홍보학과 졸업, 10월 입사)
=2010년 KPR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6개월 인턴 기간에 ‘졸업 후 역량을 쌓아서 꼭 KPR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남은 대학생활 동안 예비 PR인으로 창의·기획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공모전에 도전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화 감각을 키우기 위해 교환학생과 함께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KPR 자기소개서는 자유 형식이다. 다만 영문 이력·자소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KPR에 특화된 인재’라는 제목으로 인턴 때 느꼈던 PR인의 역량과 입사를 위한 노력에 대해 썼다. 면접 때는 ‘왜 PR을 하고 싶은지’와 ‘일이 힘들 수도 있는데 괜찮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대학 때부터 하고 싶었기에 힘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야근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합격자 발표 날 신성인 사장께서 직접 전화를 하셨다. ‘PR 컨설턴트는 겸손과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고객사를 대할 때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 KPR은 수시채용이지만 사장께선 ‘채용계획이 없어도 열정이 느껴지는 지원자라면 언제든 뽑겠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KPR 회의실에는 파리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 이름이 적혀 있다. ‘오후 3시 파리에서 미팅’이라는 메일이 자주 온다. 내년 1월3일까지 접수하는 ‘제11회 KPR 대학생 PR 아이디어 공모전’ 포스터도 회사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앞으로 6개월은 AE로서 기초를 다지기 위해 주인의식을 갖고 실무감각을 익혀 나가고 싶다. 이를 위해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정신으로 모르는 게 있을 땐 누구에게든 묻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컴 김소인 AE(27·캐나다 토론토대 사회학과 졸업, 11월 입사)=글쓰기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 외신 로이터와 다우존스에서 취재·번역 일을 했다. 2년간 통신사에서 빠른 일처리와 정확성을 배웠다. 이것이 홍보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소니 키엘 나이키 등 소비재를 홍보하면서 150명의 홍보전문가가 있는 미디컴이 매력적이었다. 면접은 압박면접이었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점(占)집’에 온 느낌이랄까. 날마다 일기를 쓰고 있으며, 통신사 취재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왜 PR을 하고 싶은지, 왜 미디컴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언론사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공채 19기 대리로 입사했다. 홍보 AE라는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단어가 생겼다는 점이 뿌듯했다. 지금은 제안서를 쓰는 시기여서 때론 밤 12시가 넘어 퇴근 하기도 한다. 새벽 4시까지 일하고도 오전 9시에 출근하는 선배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A4용지 100장이 넘는 분량의 제안서를 보면서 생동감이 느껴졌다.

미디컴에서는 ‘올메일’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각종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요청할 때 모든 직원에게 보내는 것이 ‘올메일’이다. 150명의 홍보전문가가 모인 곳이어서 뭔가 필요한 것은 올메일 한 통으로 해결된다.

앞으로 10년 후 ‘이 일은 김소인이 해야 돼’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부딪칠 것이다.

나에게 PR AE란

고객사의 PR 업무를 전담하는 담당자를 AE라고 부른다. 각사 신입사원들에게 ‘나에게 AE란’ 무엇인지 물었다.

▷김소인=입사 전부터 고민해온 질문이다. 여러 고민 끝에 ‘PR은 연애’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 모르는 남녀가 만나 신뢰를 쌓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PR AE가 하는 일이랑 비슷했다. 연애 도중 실연의 아픔이 있듯 PR을 하면서 시련이 있겠지만 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동환=나에게 PR은 브랜드와 기업을 사랑받고 존경받게 만드는 활동이다.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공부하면서 마케팅 기획서 작성에 흥미를 느꼈다. 내가 쓴 기획서나 전략으로 인해 사람의 마음이 움직였으면 한다. 나아가 한 지역과 사회, 국가에도 공헌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엄진영=내게 PR은 한의학이다. 상처를 입었을 때 서양의학은 상처를 도려내지만 한의학은 나쁜 기운을 다스리고 강인한 체질로 바뀌도록 개선한다. 한의학처럼 기본 바탕부터 천천히 다지며 튼튼한 체질로 바꿀 수 있는 PR AE가 되고 싶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