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 '원세훈 라인' 주목…국가기관 개입여부 규명 관건
진익철 서초구청장 "전혀 몰랐다" 연루 의혹 부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된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정황이 검찰 수사로 하나둘씩 확인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과정에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 개인정보 유출 정황 포착 =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영수 부장검사)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의심받은 채모군 모자에 대한 개인정보가 서울 서초구청에서 유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20일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 관련 민원서류 발급을 총괄하는 'OK민원센터'의 상급 책임자인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비롯해 구청 감사담당관인 임모 과장의 경우 사무실 뿐 아니라 신체까지 압수수색당했다.

검찰은 지난 6월 14일을 전후한 시점에 조 국장이 '어디선가'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가져와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3개월 후인 9월 6일 조선일보는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했고 후속기사에서 채군의 학적부 내용을 다뤘다.

최초 보도 이튿날인 7일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서초구청에 찾아와 등록부 확인을 요청, 임 과장이 등록부를 조회해준 사실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로그인 기록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국장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아 채모 군의 가족관계 등록부 열람에 대해 알아볼수 있느냐고 한건 맞고 구청에서 열람한 것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누구한테 부탁을 받았는지, 채군의 주민등록번호를 누가 나한테 줬는지 등은 이야기할 수 없다.

수사 중이므로 검찰에서 밝히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검찰은 조 국장이 해당 정보에 접근한 사실을 확인한 만큼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 중 외부에 개인정보를 유출한 '신원 불상의 전달자'를 조 국장으로 특정하고 조만간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초구청 내 '원세훈 연결고리' =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서초구청 관련자들은 모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친분이 있다.

먼저 검찰의 1차 압수수색 대상이 된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측근 인사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2008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재직할 때 함께 일하던 조 국장을 행정비서관으로 발탁했다.

행안부에서 4급으로 승진한 그는 원 전 원장을 따라 국정원으로 파견됐다가 원 전 원장 퇴임 후 서울시가 아닌 서초구로 복귀했다.

이후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당선돼 2010년 7월 임기를 시작했으며 1년 뒤 행정지원국장 자리에 조 국장이 임명됐다.

한 행정당국 관계자는 "진익철 서초구청장도 '원세훈 라인'이다"라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 건은) 조 국장 혼자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누군가의) 오더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구청장은 "조 국장이 서초구청으로 전입한 날짜는 2010년 1월 1일이다.난 7월 1일 취임했다"며 조 국장이 서초구청으로 발령난 것과 자신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진 구청장은 "나는 영포라인도 '원세훈 라인'도 아니다.

원 전 원장이 서울시 부시장 때 오히려 나는 1급 승진을 못하고 미국 연수로 쫓겨갔다"며 "부하 직원이 불법을 저지르면서 상관한테 보고하겠나.나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조 국장도 "(정보를 열람했던) 당시는 채 전 총장의 일이 사건화되기 전이니까 솔직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원 전 국정원장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 국장이 채군 모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시점이 지난 6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혹은 계속 남는다.

채동욱 전 총장이 이끌던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사건과 관련, 법무부와 마찰 끝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6월 14일에 불구속 기소했다.

일각에서는 조 국장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원 전 원장 측과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기관 개입 의혹 확인될까 = 지난 9월 6일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조선일보가 처음 보도했을 당시 개인정보 입수 경위에 대한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군 모자의 혈액형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 며칠 뒤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지난 9월26일 조선일보 기자 2명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을 고발했다.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가 서초구청에서 유출되는 과정에 누가 개입했는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관여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검찰 수사의 관건이다.

또 만약 관계기관에서 해당 정보를 입수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 과정에 적법 절차가 준수됐는지, 해당 정보가 어디에, 어떤 용도로 활용됐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현재 검찰은 조 국장 등 서초구 관계자들의 압수물 분석을 진행하면서 이들의 통화내역과 이메일 분석 등을 통해 해당 정보가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이신영 이정현 기자 dk@yna.co.kreshiny@yna.co.kr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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