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김포行 건의했다"…LG전자 "박 기장 결정한 일"

경찰이 지난 16일 오전 발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와 관련, 사고 헬기가 잠실 헬기장으로 향하게 된 경위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숨진 헬기 조종사 박인규(58) 기장과 헬기 운영사 LG전자 사이의 통화 내역을 최근 확보, 분석중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헬기의 운항일지를 확보해 비행계획, 탑승인원, 당시 상황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기장의 아들(22)은 사고 당일 빈소에서 취재진에 "아버지는 '안개가 많이 끼어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회사에) 상의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그런 보고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박 기장이 출발 한 시간 전 시정(visibility)이 좋아져 잠실을 경유할 수 있다고 알려와 예정대로 잠실에서 헬기를 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은 통화 시간·분량, 착·발신 내역 등을 확인해 사고 헬기가 잠실로 향하게 된 경위를 집중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주말 박인규 기장과 고종진(37) 부기장의 유가족 및 사고 목격자 등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두 조종사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 결과는 이르면 일주일 가량 뒤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상 기체 자체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제작사 및 운영업체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조종사 단순 과실로 밝혀질 경우엔 숨진 조종사들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헬기의 자세한 비행경로, 고도, 속도, 조종실 대화 내용 등이 담긴 블랙박스와 기체 잔해는 모두 서울지방항공청이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분석 결과가 나오면 자체 수사 결과를 종합, 검토해 사고 경위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