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정년 60세 시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최근 개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호환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정년 60세 시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최근 개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호환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정년을 연장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무 여건 차이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소기업엔 대기업보다 1년 늦게 적용돼 동갑이라도 대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회장 박종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정년 60세 시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최근 개최한 정책토론회의 참가자들은 임금피크제 등 충분한 보완책 없는 ‘정년 60세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시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정년 60세법은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은 2016년부터, 300인 미만 기업과 국가·지방자치단체는 2017년부터 정년 60세 이상을 의무화하고 벌칙 규정도 뒀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는 ‘사업장 여건에 따라’란 단서를 붙이고 벌칙도 두지 않아 후속 조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대기업 부담 중소기업에 이전”

토론회에서 백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정년 60세 의무화는 근로자 입장에선 고용 보호지만 노동시장 전체로는 고용 경직화”라고 전제했다. 이어 “고용 경직화에 따른 수혜자는 노조 보호를 받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라며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60세 전에 해고되더라도 보호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 없이 법이 통과돼 대기업과 공공기관 노조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을 깎는 조치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며 “중소기업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인 임금 상승 효과까지 더해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신입사원의 평균 2.8배로 2배 미만인 주요 선진국보다 연공성이 크다”며 “임금체계에 생산성을 반영하지 않으면 기업은 신규 채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낀세대 문제’ 보완책 시급

노동계도 정년 연장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근로자들은 직장의 규모나 단협 내용에 따라 정년 연장이 결정되는가 하면, 대기업에 1년 먼저 시행돼 동갑이라도 중소기업 근로자가 퇴직할 때 대기업 근로자는 3~4년 더 일할 수 있는 등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임금피크제를 하더라도 해당 직원이 직장 생활 초기에 낮은 임금으로 일을 많이 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나이가 들어 생산성이 떨어진 부분을 그대로 삭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생애 주기의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 나선 김윤태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정년 연장으로 고용 안정성이 강화되는 만큼 기업이 임금체계를 개편해 임금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사가 협력해야 새 일자리도 확보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강현우/박상익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