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후쿠야마, 미래의 키워드를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특별세션에서 “세계 경제회복의 원동력은 중산층이며, 중산층 확산을 위해선 직업교육을 중시하는 독일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후쿠야마, 미래의 키워드를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특별세션에서 “세계 경제회복의 원동력은 중산층이며, 중산층 확산을 위해선 직업교육을 중시하는 독일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요즘 중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중국 패권을 막을 국제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힘의 균형 속에 세계 평화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6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3’ 특별세션Ⅰ의 발표자로 나선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세계 경제회복의 원동력은 중산층이고, 중산층 확산을 위해선 직업교육을 중시하는 독일 모델이 대안”이라며 중산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제발표 후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국제 정치·경제학자답게 강의 내용과는 다소 동떨어진 ‘중국 견제’를 장시간 얘기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앞으로 중국은 미국도 견제할 수 없는 패권국이 될 수 있다”며 “독일이 통일될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강력해진 독일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결국 전쟁이 발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일본, 아세안 국가들은 각자의 힘으로는 중국을 막을 수 없다”며 “국제적인 수준의 다자간 협력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막을 협력 시스템 필요

후쿠야마 교수는 중국의 부상이 현 국제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패권을 잡은 뒤 지난 20년간 빠르게 성장한 것처럼 중국도 커질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이 패권을 잡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을 현 질서 내에 적응시키기 위해 국가들이 다자 협력 체제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동아시아 개별 국가들은 중국과 맞설 힘이 없기 때문에 국제적 합의체와 공통된 규범을 만들어 중국과의 관계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커지고 있는 영토분쟁 문제 등과 관련, 중국과 양자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자대화에서는 중국의 권위에 눌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는 국수주의를 우려했다. 일본의 우경화도 결국 중국의 부상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이미 1946년 자위권을 인정받았는데 이를 강화하겠다며 평화헌법 수정을 시도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형식적인 내용을 바꾸는 것 때문에 중국이 호전적으로 나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 아세안 등 우방국의 협력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해서는 있던 친구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중산층 붕괴 위협 대응을

후쿠야마 교수는 “앞으로 세계 정치와 경제를 이끌어갈 동력은 교육받은 중산층”이라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선진국에선 중산층의 소득이 줄고 경제적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에서 시장경제 체제와 민주주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근간인 중산층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선진국에서 중산층 소득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기계화, 자동화로 인해 중산층이 종사하던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령화로 헬스케어 부문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엘리트 중심의 교육으로는 여기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게 후쿠야마 교수의 지적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그동안은 좀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엄청난 등록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은 일자리를 약속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독일 대학 모델은 매우 흥미롭다”며 독일 교육 제도를 소개했다.

독일 대학은 전 세계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상위 50위 안에 독일 대학은 한 곳도 없다. 하지만 유럽 경제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독일식 성장모델은 주목받고 있다.

후쿠야마 교수는 “독일에서는 직업교육이 대학교육보다 중요시된다”며 “미국에서는 용접공, 기계공이라고 하면 4년제 대학을 못 갔다고 생각하지만 독일에선 이들을 ‘존중’하고 스스로 ‘긍지’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의 소득뿐 아니라 긍지 차원에서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모든 국가에 적용 가능한 모델은 아니겠지만 미국 등 선진국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영연/은정진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