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에 면접권 부여한 것은 현행보다 개악"

교육부가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에 학생 선발권을 일부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정부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28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에서 서울 지역 자사고 24곳은 추첨으로 1.5배수를 선발하고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도록 했다.

서울을 포함한 평준화지역 자사고 39곳의 선발 방식을 중학교 내신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으로 바꾸겠다는 기존 시안에서 후퇴한 것이다.

자사고 측은 지난 8월 13일 교육부 방침이 발표된 직후부터 거세게 반발해 교육부가 기존 방안을 고수할지에 관심이 몰렸다.

전국 자사고 교장 모임인 '전국자사고연합회'는 '자사고 죽이기' 정책이라고 비난했고, 법인 이사장들은 "학생 선발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자사고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특히 자사고 학부모들은 수천명씩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잇달아 열어 세를 과시하는 한편 교육부가 주최하는 공청회장을 점거해 공청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교육부는 "성적 제한 철폐를 고수한 대신 자사고 측에 일부 선발권을 주는 것으로 타협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자사고와 비 자사고 측의 반응을 보면 교육부의 확정안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알 수 있다.

자사고연합회 회장인 김병민 중동고 교장은 "충분하지 않지만 교육부 입장이 있으니 서로 이해하는 선에서 일단락한다고 본다"며 교육부의 방안을 수용했다.

자사고학부모협의회 김경원 회장도 "어떤 식으로든 학교에 선발권을 주는 것이니 수용해야 할 것 같다"며 "교육부가 시안을 그대로 강행하지 않은 데에 의미를 둔다"고 평가했다.

이와 달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범이 회장은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 교육역량을 고민했다면 자사고의 존폐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며 "자사고 선발방식을 추첨 후 면접 방식으로 바꾼 것은 결국 정부가 일부 특권층에 무릎을 꿇은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반고 강화방안의 핵심인 자사고 선발권 폐지에서 후퇴해 과연 정부의 일반고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면접의 도입으로 오히려 현행 방식보다 더 개악됐다는 지적도 있다.

㈔좋은교사운동이 현지 초·중고등학교 교사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확보해 일반고 교육 여건이 악화됐다'는 의견에 86%가 동의할 정도로 자사고의 우수 학생 선점이 일반고 슬럼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는 "현행 방식에서는 내신 50% 안에서 자사고가 학생을 무조건 받았어야 했는데, 이번 방안은 면접을 통해 지원 학생의 중학교 때 성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며 "마음만 먹으면 면접을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 자사고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학한 정책기획국장은 "고교 서열화 상위에 있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개편하지 않고는 일반고 교육역량이 강화될 수 없다"며 "면접에서 스펙, 학부모 배경, 성적 등을 충분히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박성민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자사고에서 임의로 학생을 성적 위주로 뽑는 것은 서류 제출이나 면접에서 제도적으로 할 수 없게 할 계획"이라며 "자사고 교장단, 관련 전문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성적 반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폐지하려던 자립형공립고에 대해 시도교육감 평가를 거쳐 한차례 지정을 연장할 수 있게 한 것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자공고의 일반고로의 일제 전환 방침을 밝히자 자공고 측에서도 자사고처럼 드러내놓고 반발하지 않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온라인 신문고 등을 통해 폐지 방침을 철회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해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 법에서 자공고는 지정기한이 도래하면 시·도교육감이 평가해 한 차례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번에 원래 법대로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고은지 기자 pseudojm@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