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타고 백화점 다녀와 주치의 상담…엄친犬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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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한세연 씨(33)는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다. 결혼 후 요크셔테리어 ‘짱아’를 기르고 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한씨 부부는 주말에 종종 서울 신도림동에 있는 디큐브백화점에서 쇼핑한다. 이곳에서는 짱아를 태워 함께 쇼핑할 수 있는 애견용 유모차 ‘개모차’를 빌려준다. 한씨는 “집에 짱아를 혼자 놔둘 수 없어 함께 쇼핑할 수 있는 이곳까지 오고 있다”고 말했다.

#2. 정민혁 씨(68)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 내외에게서 선물로 받은 닥스훈트종 ‘연두’를 혼자 키우고 있다. 정씨는 연두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함께 산책하고 애견 카페를 데려가는 수준에서 시작해 얼마 전부터 애견유치원에 보내고 맞춤옷까지 사줬다.

한국애견협회에 따르면 애완견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명 수준이다. 고양이는 ‘1인 가구’에서 인기가 많다. 한국사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수는 지난해 116만마리로 2년 전(63만마리)보다 84%나 늘었다. 개에 비해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외로움도 덜 타 주인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집을 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어난 것은 ‘고령화’, ‘핵가족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녀를 출가시킨 노년층과 혼자 살거나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들에게 개나 고양이는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는 ‘애완(愛玩)동물’을 넘어 인생의 짝이면서 가족인 ‘반려(伴侶)동물’이다.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다 보니 생애주기별로 촘촘하게 맞춘 사업이 요즘 뜨고 있다. 애견 유모차와 유치원, 전문병원, 장례식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컨대 반려동물이 죽으면 염습과 화장을 한 뒤 유골을 수습해 납골당에 안치한다. 관은 5만~10만원 선, 수의는 5만원대다. 납골당 보관료는 ‘명당’일 경우 1년에 20만원이 넘는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는 애견용 러닝머신(26만원)을 팔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포토 스튜디오도 등장했다. ‘강아지용 풀장’이 따로 있는 애견 펜션은 휴가철에 예약하기가 매우 어렵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 있는 ‘펫 부티크 매장’에서 파는 반려동물 의류는 한 벌에 10만원을 호가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