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천억원대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당한 효성그룹 본사 및 조석래 회장과 자녀 주거지 등을 11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서울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와 효성캐피탈 본사, 성북동 조석래 회장 자택과 임원 주거지 등 7~8곳에 검사와 수사관 7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차남 조현문 변호사, 삼남 조현상 부사장 등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효성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털기 위해 10여년간 손실액을 매년 일정 금액씩 나눠 처리하는 방식으로 1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르며 법인세 등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1990년대 이후 주식 등 1000억원대 차명 재산을 관리해오면서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세금 포탈 액수가 4000억여원을 웃돌며 이 중 공소시효가 만료된 금액 등을 제외한 형사처벌 가능 액수는 1000억원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 은닉한 비자금도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이 장남 현준씨에게 지난해까지 100억원을 대출하는 등 조 회장 일가와 임원 명의로 200억원대 부당 대출을 해준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에서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넘겨 받아 분석해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 회장 등 그룹 측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검찰 수사에 차분하게 임하며 관련 의혹을 해명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차명 주식은 1970년대부터 다른 그룹처럼 경영권 보호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 차원에서 친인척 등 지인들에게 명의신탁해놓은 것”이라며 “회계 처리 역시 외환위기로 생긴 부실을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10년간 이익을 내서 갚아온 것으로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효성그룹은 자산 규모가 11조원대인 재계 26위 기업으로, 조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다.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국세청에서 고발한 탈세 혐의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혐의가 더 드러나면 추가 조사를 벌일 것”이라면서도 “전 정권을 타깃으로 수사를 벌인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어 법리 적용 등을 더욱 꼼꼼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