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떨어진 수백억 '저작권료 폭탄'
대학에서 동영상 등 강의자료로 사용하고 있는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전국의 대학(4월 기준 433개)이 저작권자에게 한꺼번에 줘야 할 돈만 147억원에 이른다. 또 2015년부터 매년 7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학들은 “저작권법을 바꿔서라도 부담금을 내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법원 “대학은 저작물 사용료 내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서울대 등 5개 대학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고시무효 등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원고는 5개 대학이지만 대표 소송의 성격이어서 판결이 확정되면 전국 모든 대학이 영향을 받는다. 소송의 쟁점이 된 문체부 고시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보상금 기준’이다. 대학이 교육 목적으로 사용한 저작물에 대해 일정액을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복전협)에 내도록 보상금 산정 기준을 정한 것이다. 복전협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저작권자에게 보상금을 분배한다.

2011년부터 적용된 이 고시는 부담금 산정방식을 ‘종량방식’과 ‘포괄방식’으로 나눴다. 종량방식은 어문자료 등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사용했는지 조사해서 보상금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포괄방식은 보상금을 정액화(학생 1인당 연간 2684~3132원)한 것이다. 다만 포괄방식을 적용할 경우 2011년 사용 저작물에는 이 금액의 60%만 내도록 했으며 매년 10%포인트씩 높여 2015년부터는 100%가 되도록 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2011~2013년 전국의 대학들이 저작물 사용료로 내야 하는 금액은 147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는 63억원을, 2015년부터는 매년 70억원을 내야 한다. 이는 대학원생을 제외하고 산정한 금액이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커질 수 있다.

대학들은 “교육 목적의 저작물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지난해 고시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아무런 대가 없이 저작물 이용을 허락하면 저작권자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며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다.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대학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저작물 이용규모 등을 추정하고 이에 따라 적정한 액수 등을 산출한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산정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학들 “저작권법 개정해야”

김준희 복전협 보상금사업팀장은 “저작권 개념이 확실한 선진국과 달리 한국 대학은 아직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일제히 반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대학 교육이 보편화돼 있는데도 고등학교까지는 저작물을 무상 사용토록 하면서 대학만 유상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해당 고시의 근거가 된 저작권법 25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소송 관련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등법원에 항소하기로 비대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고시가 개별 저작권자의 무료 이용 동의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과 자의적으로 적용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의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과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